11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8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날 연구원에서는 내년 7월에 시행될 ‘기초장애연금법’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공청회가 시작되기 15분 전 장애인단체 관계자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갑자기 단상 앞으로 나가 현수막을 펴고 “9만1000원은 껌값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런 제도 필요 없다”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며 결국 공청회는 무산됐다.
이들이 나눠준 유인물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중증장애인은 연금제도가 도입돼도 실질적인 소득증가는 없다’ ‘정부가 연금액을 부풀리기 위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기초장애연금법을 들여다보면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중증장애인들이 받는 장애수당은 기초수급대상자가 매달 13만 원, 차상위 계층은 12만 원이다. 연금제도에서는 기본급여 9만1000원에 추가급여로 10만∼15만 원이 붙는다. 과거보다 두 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자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전체 50만 명의 중증장애인 중 19만 명만이 장애수당을 받지만 연금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던 차상위 장애인 20만 명이 월 20만 원가량을 받게 된다. 또 일부 언론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은 생계급여에서 연금액만큼 차감한 생계급여를 받게 된다’고 지적하지만 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이렇게 장애인들의 오해와 불신이 생긴 이유는 추가급여에 대한 사항이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연금제도가 실시되면 기존에 받던 장애수당은 폐지되기 때문에 원래 장애수당을 받던 장애인들에게는 추가급여가 얼마나 많아지는지가 관심사다. ‘윗돌 빼내 아랫돌 괴기’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공청회에 나온 보건복지가족부 공무원들은 “지금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그럼 얼마나 혜택이 늘어나는지 확실히 이 자리에서 밝혀라”는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추가급여와 관련돼 12일 열릴 예정이던 기획재정부의 예산심의가 뚜렷한 이유 없이 무기한 연기됐다.
장애인연금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장애인에게 혜택을 주는 첫 제도다. 좋은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정부는 신속한 결정과 함께 오해를 부르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