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전대호 옮김/480쪽·1만5000원·해나무
“과학은 인간의 활동이다. 인간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에는 오류들이 있다.”
논리적으로 이렇게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을 대중들이 이상하게도 의아하게 여긴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저자로 국내 독자에게 알려진 독일의 과학저널리스트인 피셔가 과학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그릇된 태도를 인문학적 시각에서 지적한 책이다.
여기엔 잘못 알려진 재미있는 사실이 많이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이 학창 시절 열등한 학생이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아인슈타인은 학창 시절 우수한 학생이었다. 전기 작가가 아인슈타인의 스위스 유학 당시 점수를 잘못 해석해 생긴 오해였다.
유전법칙으로 유명한 멘델의 법칙은 엄격히 말해 멘델이 발견한 것이 아니며 페니실린을 발명한 플레밍은 결코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구한 주인공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19세기에 쓰인 멘델의 논문은 난해함 때문에 이해되지 못하다가 20세기 윌리엄 베이트슨이라는 학자가 영어로 쉽게 보완 번역하고 해석함으로써 빛을 봤다. 페니실린의 발견에는 하워드 플로리, 언스트 체인, 노먼 히틀리 같은 과학자의 공적이 더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과 과학사적 오류뿐만 아니라 인류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과학, 대중을 호도하는 과학, 상상력을 거세하는 과학 등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저자는 되돌아보는 힘에 과학의 본질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발전만을 향해 달려온 현대과학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동양의 도(道)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는 열려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포용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