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에 국민 달가워 안해”… 박지원-이강래 등원 목소리
정대표는 “아직…” 선긋기
지난달 28일부터 미디어관계법 무효를 위한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 내에서 차츰 등원론이 힘을 얻는 양상이다. 정세균 대표는 여전히 “아직 국회 등원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예산과 국정감사 등 시급한 국회 현안을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올해 6월 국회가 열렸다면 야당으로선 훨씬 큰 소득이 있었을 것”이라며 “나는 늘 주국야광(晝國夜光), 즉 낮에는 국회에서 투쟁하고 밤에는 광화문에 가서 촛불을 들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등원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등원 시점에 대해서는 “9월이 오면 적절한 타협과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9월 정기국회에 야당이 등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거들었다.
원내 사령탑인 이강래 원내대표도 최근 잇달아 9월 국회 참여 가능성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13일 “국정감사 때 이명박 정부의 지역편중 인사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지적하고 대책을 만들 것”이라며 “처음부터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고 인사청문회 등 중요한 국정 사안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장외투쟁을 시작할 때) 두 가지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7일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장외투쟁에 비판적인 일부 의원과 의견을 조율해온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당이 미디어법에 목숨을 걸고 장외투쟁에 치중하는 데 대해 국민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의원들 가운데 9월 정기국회에 정상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아직 장외투쟁 고수라는 원칙론을 펴고 있다.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투쟁에 나섰는데 이렇다할 소득도 없이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최소한의 등원 명분이 있어야 모양새 있게 국회로 복귀할 텐데 한나라당은 전혀 명분을 줄 생각이 없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다음 주 의원들을 만나 등원 문제 등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