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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일본인이 부르는 아리랑, 광복절 작은 선물 되길”

입력 | 2009-08-15 02:56:00


구리시 在韓일본부인회 8·15 마라톤서 노래 봉사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14일 오전 경기 구리시 교문동 구리문화회관. 주부 20여 명이 모여 노래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타 반주에 화음을 맞춰나갔다.

한국에 사는 ‘재한 일본인’인 이들이 무더위 속에서 ‘홀로아리랑’ 노래를 연습하는 이유는 15일 열릴 광복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피해희생자전국연합회는 광복절에 ‘8·15 비둘기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 8·15를 기념하고 평화를 기원하자는 취지로 열리는 마라톤 경기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강시민공원의 잠실트랙구장에서 오전 8시에 열린다. 이들은 처음으로 이날 행사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홀로아리랑’ ‘손에 손 잡고’ 등 한국 노래를 열창하며 공연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나서 행사 진행도 도울 계획이다.

이들은 광복절 공연을 위해 일주일 동안 하루 4시간씩 연습해왔다. 일부 주부는 방학기간이어서 집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을 쪼개 연습에 나왔다.

주로 구리시에 거주하는 이들은 ‘재한일본인부인회’란 모임을 만들어 활동해왔다. 기타 연주를 맡은 주후쿠가 요코 씨(49)는 “평소 친목모임을 가지다가 한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 혼자 사는 노인과 소외 이웃을 돕는 활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광복절 행사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일본 사람이 굳이 광복절 행사에 나갈 필요까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묘한 부분 때문인지 기자의 질문에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다가야나기 마유미 씨(50)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양국 간의 역사와 아픔을 알게 됐다”며 “피해 희생자 유족께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조금이나마 위로와 봉사를 하고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치무라 사토코 씨(46)는 “이런 활동이 평화적 한일관계의 기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과거사에 아픔을 갖고 계신 분들을 위해 봉사와 위로활동을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연 마지막 곡으로 ‘손에 손 잡고’를 골랐다.

“광복절날 한국 사람들의 손을 잡고 함께 부를 겁니다. 한국을 사랑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