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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봉의 돈되는 부동산]미분양아파트 ‘계약금5%’의 함정

입력 | 2009-08-17 03:02:00


‘전철역 인접 대단지, 계약금 5% 잔금 95%, 즉시 전매 가능, 5년간 양도세 면제.’

요즘 흔히 보게 되는 미분양 아파트 광고다. 최근 들어 미분양 시장에 ‘벌떼 영업’이 극성을 부리면서 이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하루에 2, 3통씩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와 같이 특정 장소에 수백 명이 앉아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집단 텔레마케팅이 성행하면서 분양을 위해 한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이 최대 500명에 이르는 곳도 있다. 투입되는 인원이 많다 보니 실적도 쏠쏠하다. 1000채가 넘는 미분양 단지의 경우는 월 100채 이상의 계약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상담직원들은 “가계약금 100만 원만 내면 당장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는 말로 일단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물건을 다시 내놓고 싶으면 대신 팔아준다” “입주 때까지 분양가 이상 안 오르면 4000만 원을 보상해 준다”는 등의 말을 덧붙이는 곳도 많다.

하지만 실제 계약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대개 시행사, 시공사 연대보증으로 계약자 본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 받고 매월 발생하는 이자는 잔금 납부일까지 시행사에서 대납만 해주는 방식이다. 계약 후에 해약은 당연히 되지 않는다. 또 벌떼 마케팅이 도입된 아파트 단지 중에는 ‘이유 있는 미분양’이 많다. 인접한 기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입지적으로 도심 외곽지역에 있다거나 브랜드가 약하고 실수요가 적은 단지 등이다.

시행사는 분양 사원 수백 명을 고용해 분위기를 띄운 후 인해전술로 고객을 잡아오게 한다. 회사가 계약 건당 분양대행사에 지급하는 분양수당은 1000만∼2000만 원에 이른다. 이 금액 중 아파트를 직접 판매한 분양사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700만∼1500만 원 정도다. 수당을 받기 위해 분양사원들은 적극적으로 매입을 권유한다. 계약금 500만∼3000만 원만 내면 중대형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다는 감언이설을 꺼리지 않는다. 중도금 마련의 부담도 없다는 말에 수요자들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막상 입주시점이 도래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초기 부담이 적은 탓에 계약자의 70% 이상이 실제 입주할 생각 없이 전매차익을 목적으로 계약한 가수요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실제 입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분양가도 생각만큼 오르지 않으면 전매가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중견 건설사 중에는 입주 시 잔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부도를 내거나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건설사는 오늘의 위험을 내일로 미뤄놓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수요자는 어느 날 갑자기 불특정 다수에게 날아온 문자로 대박을 챙기는 일이 현실성 있는 일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