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 김성근 SK 감독(오른쪽)의 요청으로 올 1월 SK 선수들에게 특강을 하기 위해 SK 선수단 전지훈련지인 일본 고지를 찾은 장미란 선수가 김 감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SK와이번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26·고양시청)은 역도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매일 저녁 TV에서 스포츠 뉴스를 챙겨 본다. 아침에는 신문에서 스포츠 면을 찾아 본다. 관심사는 프로야구다. 특히 SK의 승패를 유심히 챙긴다. SK가 이기는 날에는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한다. 장미란이 SK의 광 팬이 된 것은 바로 김성근 감독(67) 때문이다. 》
野神 김성근 감독 - 역도 장미란, 41세 나이차 뛰어넘은 우정
김감독이 본 장미란
겸손-고마움 아는 선수
남의 얘기 듣는 귀도 갖춰
장미란이 본 김감독
감독님 야구 열정에 감동
나를 반성하게 만드신 분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 감독과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 언뜻 잘 안 어울리는 조합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이뤄진 첫 만남 후 41세의 나이를 뛰어넘어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 시즌 중이라 만날 기회는 별로 없지만 수시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다.
○ 작년 지인의 소개로 첫 만남
김 감독은 최근 자서전 ‘꼴찌를 일등으로’(자음과 모음)를 펴냈다. 책의 뒤표지에는 야구인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추천사를 썼다. 그중에는 장미란의 이름도 있다.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김 감독과 여자 역도 챔피언인 장미란은 무엇 때문에 서로 통했을까.
11월 경기 고양 세계역도선수권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미란은 “대화를 나눠보고 그간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서 감독님의 야구에 대한 열정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 선수들은 왠지 치열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올 초 SK의 일본 캠프를 가서 깜짝 놀랐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훈련을 하더라. 내가 너무 게으른 것 같아 반성을 많이 했다”고도 했다.
김 감독은 장미란에 대해 “겸손과 고마움을 아는 선수다.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귀’도 갖고 있다”며 “스포츠 선수가 가져야 할 미덕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는 오늘 지면 내일 이기면 된다. 하지만 역도는 그 자리에서 실패하면 다음이 없다. 1kg을 더 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역도는 살얼음판 같은 종목이지만 그 친구는 그 과정을 즐긴다고 하더라. 역시 세계 최고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했다.
두 사람은 통화를 할 때는 야구나 역도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서로가 최고 자리를 지켜야 하는 챔피언으로서의 부담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수시로 전화통화-문자 교환
SK는 올해 전반기까지 1위를 달리다 최근 3위로 떨어졌다. 장미란은 말은 않지만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나도 SK도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난 부담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롭고 신나게 즐기려고 한다. 다들 열심히 하겠지만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좋은 성적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2007년 SK가 창조였다면 지난해는 발전이었다. 부상 선수가 많은 올해는 재탄생의 과정이다.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보다는 새롭게 챔피언을 손에 넣겠다는 의지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기자에게 자서전 한 권을 선물하면서 책 앞장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었다. “성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