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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의 멘탈 투자 강의]더 아껴모으는게 투자 첫걸음

입력 | 2009-08-17 03:02:00


‘쉽게 벌었다-하찮다’ 생각 버리고
바로 예금 ‘소중한 목돈’ 의미 부여
미래 투자 종잣돈 마련의 지름길

돈에는 의미가 있다. 내가 벌지 않은 돈, 쉽게 번 돈은 의미를 바꾼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소액결제기능이 추가됐다. 이제 은행과 증권사 간 예금상품의 무한경쟁시대가 왔고 그 부가기능도 다양해졌다. 앞으로 고객들은 투자 방법을 놓고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금융자산을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굴릴 수 있다. 하나는 예금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필자는 예금도 어떤 의미에서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투자 시장이 하락 일변도일 때 예금은 분명히 좋은 투자가 된다. 하락장의 손해에서 벗어나 나중에 더 좋은 투자 기회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를 시작하기 전 어느 정도의 목돈을 만들려면 예금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어떤 이들은 투자할 종잣돈을 만들려고 처음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기도 한다. 이는 시간적인 제약과 이자 부담감, 그리고 원금을 지켜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빌린 돈으로 목돈을 만들 가능성은 극히 낮다.

사람들은 돈에 따라 마음속으로 각각의 의미를 담아 둔다. 돈에는 숫자가 적혀 있고 그 숫자가 같으면 동일한 가치를 지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어떤 돈을 벌게 된 사연과 돈에 투영된 자신의 감정에 따라 돈을 나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 같은 돈에도 종류가 있다. 잔돈, 목돈, 푼돈, 공돈, 누가 준 용돈, 내가 번 돈, 의미 있는 돈, 의미 없는 돈 등.

그럼 돈 중에서 가장 벌기 힘든 돈은 무엇일까? 바로 공돈이다. 공돈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벌 수 없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내 손에 떨어진다. 제일 벌기 힘든 공돈이 생기면 친구들을 불러내 한턱내기도 하고 모처럼 백화점에 가서 비싼 물건을 쇼핑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렵게 내 수중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면 그 공돈이야말로 가장 귀중하게 생각해야 할 돈일지도 모른다.

투자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이 호황이어서 투자하는 족족 큰 이익이 난다면 그 수익을 아주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반면 시장 침체기에 투자해서 성과를 냈다면 그 수익을 꽤 의미 있는 용도에만 사용할 가능성이 많다. 힘들게 벌었기 때문이다.

‘쉽게 들어온 것은 쉽게 나간다(easy come, easy go)’는 외국 속담이 있다. 말 그대로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기 마련이다. 하기야 밤새 땀 흘려 일해서 번 돈이 있다면 그 돈이 적더라도 그 쓰임새에 엄청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독자 여러분의 자녀에게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다면 아르바이트를 시켜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이렇게 같은 돈을 마음속으로 분류해서 생각하는 오류를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한다. 이는 우리가 뭐든지 분류해서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심리회계에 휘둘리지 않고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토머스 길로비치 같은 행동경제학자는 공돈이나 푼돈이 생기면 바로 예금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의미가 덜한 돈이라는 그 돈의 정체를 잊게 되고 흐지부지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돈의 의미를 바꾸거나 원래의 정체를 알 수 없게 만들면 더 쉽게 돈을 모을 가능성이 많다. 의미를 바꾸는 ‘돈세탁(money laundry)’인 셈이다.

사람들이 돈에 관해 갖는 또 다른 생각은 기본적으로 돈에 관해 신경을 덜 쓰며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돈이 뭉쳐진 목돈은 일정 규모가 되므로 신경 쓸 당위성이 있다. 당연히 잘 관리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굴러다니는 동전, 잔돈, 푼돈은 신경 쓰기 귀찮아진다. 이것 역시 규모가 되는 목돈만 관리하고자 하는 심리회계다. 만약 이런 돈들이 있으면 단위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목돈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백만 원 단위로 관리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잔돈이 생겼을 때 빨리 그 단위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처럼 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매우 감정적이고 자기편의 위주다. 이런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목돈을 만드는 데 한 걸음 앞설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투자의 시작은 돈을 아는 것이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