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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무대에서 ‘뚱녀’ 퇴출

입력 | 2009-08-17 15:02:00



지난달 25일 개막한 세계적인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는 뚱뚱한 오페라 가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페라 무대에서 뚱뚱한 성악가 대신 허리가 잘록하고 늘씬한 성악가가 주목받고 있다고 16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감독이자 독일 최고 연출가인 위르겐 플림은 안내책자에 올해 페스티벌에서 "듣고 보는 방식의 새로운 오페라"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오페라 가수는 뚱뚱하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포스터에도 날씬한 오페라 가수를 내세웠다.

이번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대표적인 'S라인' 성악가는 라트비아 출신 소프라노 마리나 레베카와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 이들은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빼어난 외모와 몸매를 자랑한다.

반면 소프라노 제시 노먼, 몽세라 카바예 등은 몸무게 때문에 오페라 무대가 아닌 콘서트를 고집한다.

소프라노 다니엘 드 니스는 "음악 감독들이 날씬한 오페라 가수를 찾고 있다"며 이는 "오페라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코끼리와 같이 큰 덩치로 무대에 오르면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페라 가수의 조건에 외모가 추가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4년 런던 로열 오페라는 R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주역으로 유명 소프라노 드보라 보이트를 캐스팅했다가 무명의 안네 슈바네빌름으로 교체했다. 보이트에게 몸에 딱 달라붙는 현대식 의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보이트는 인터뷰에서 "극장 측이 내 큰 엉덩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위 절제수술을 받고 45kg을 감량해 2007년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로 복귀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부에선 오페라 가수는 의상이 아니라 목소리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영국 내셔널 오페라의 캐스팅 담당 존 맥머레는 "오페라 가수를 캐스팅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며 "관객들의 호응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