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 ‘요술·이미지’전
사진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입체를 만들고(장승효),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합성하고(김준 이중근), 실재하는 사물에 채색작업을 한 뒤 이를 사진 찍는다(유현미).
사진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통해 마술 같은 이미지들이 탄생한다. 회화 같은 사진, 조각 같은 사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이미지, 영화나 연극 같은 사진이 바로 그런 작업들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이 마련한 ‘요술·이미지’전은 사진을 기반으로 한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실험한 작업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에 참여한 14명의 젊은 작가는 실재와 허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실과 이미지, 현실과 비현실 등의 모호한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배준성 이명호 장유정 조병왕 씨는 회화나 조각적 기법을 활용해 완성한 독특한 평면작업을, 정연구 전소정 씨는 사진이 나오기까지 숨겨진 과정을 노출한 작품을 보여준다. 타투(문신)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 김준, 자화상과 유명인의 얼굴을 결합해 옵 아트적 화면을 구성한 이중근 씨는 컴퓨터로 만든 이미지로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한다. 미디어 이미지의 범람과 불완전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작업도 있다. 인물과 풍경 사진을 가늘게 자른 뒤 이를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재배치한 강영민, 눈과 손을 찍어 이를 가는 줄 위에 프린트한 뒤 입체화한 홍성철 씨의 작품 등이다.
참여 작가 중 사진 전공자는 1명, 나머지는 회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정통적 의미의 사진을 뛰어넘어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얼마나 중요한 표현매체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9월 5일(김준 배준성)과 19일(강영민 조병왕) 오후 1시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된다. 전시는 10월 1일까지. 3000∼5000원. 02-418-131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