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사람들은 “더워 죽겠다”는 말을 곧잘 한다. 더위가 심한 것을 과장해서 쓰는 말이지만 실제 지구촌 곳곳에서는 더위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올 6월 중국 인도에서 40도를 넘는 고온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2003년에는 유럽을 덮친 폭염으로 3만5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도 폭염 피해의 예외가 아니다. 보통 태풍 홍수를 가장 큰 재해로 꼽지만 실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일사병 열사병 등으로 서울 등 4개 대도시에서 21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수해로 인한 사망자 13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폭염이 새로운 재해로 인식되고 있다. 기상청은 작년부터 폭염특보제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폭염예측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해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재해관리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폭염특보 외에 실생활과 산업현장 등에서 실제 활용될 수 있는 맞춤형 지수 개발이 필요하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불가피하게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 운동하는 학생, 훈련하는 군인들이 있는 만큼 그에 적합한 지수 개발과 폭염 예보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둘째,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급해 측정된 지수에 따라 단계별로 알맞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학교, 산업현장, 군 훈련장 등에서 휴대용 장비로 폭염 정도를 측정해 체육활동, 작업, 훈련 가능 여부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셋째, 폭염 정도에 따라 야외 활동을 중단하도록 권고 및 강제하는 법령이 필요하다. 작년 7월 폭염 속에서 국토대장정을 벌이던 대학생이 안타깝게 숨졌던 일을 거울삼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폭염지수 개발, 측정시스템 보급, 폭염지수에 따른 행동요령의 법제화가 함께 구축되어야만 비로소 폭염의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폭염이 이제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자연재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