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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약한 태풍 뒤엔 오호츠크기단

입력 | 2009-08-19 02:56:00


■ 올여름 한반도 날씨에 큰 영향

올해 여름 하늘은 유난히 변화무쌍했다. 6월 하순 장마가 시작된 이후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을 번갈아가며 하루 3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그러다가 8월 초 장마가 끝나자 강원 영동 지방은 저온 현상이, 강원 영서와 경기 지방은 폭염이 덮쳤다. 극과 극을 오가던 올여름 날씨. 그 중심에는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오래 버틴 ‘오호츠크 해 기단’이 있었다.

찬공기 예년보다 오래 버텨
北 저온, 南 폭염 이상 현상
열대야 줄고 태풍북진 막아

○ ‘길어진 장마’가 증거

오호츠크 해 기단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기온을 보면 알 수 있다. 여름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기단에 비해 온도가 낮은 기단이어서 평년에 비해 기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7월 평균기온은 섭씨 23.7도로 나타나 평년(24.5도)보다 0.8도 낮았다. 8월 16일까지의 기온도 평균 24.7도로 평년 동기 대비 1.0도 낮았다.

장마 기간이나 장마전선의 이동 형태도 오호츠크 해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장마전선은 오호츠크 해 기단의 찬 공기와 북태평양 기단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만나는 경계면에서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호츠크 해 기단의 영향력이 다른 해보다 유난히 세면 특히 남부지방의 장마가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남부지방의 장마 기간은 6월 21일 시작돼 이달 3일에 끝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무려 44일 동안 장마가 이어진 것. 반면 중부지방은 6월 28일 첫 장맛비가 내려 지난달 21일 끝났다. 공식 장마 기간이 24일에 불과해 1973∼2008년 장마일수 평균인 31∼32일보다 짧다.

○ 태풍도 열대야도 맥 못 춰

강한 오호츠크 해 기단이 태풍의 북진(北進)을 막아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아줬다는 분석도 있다. 4일 발생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대만과 중국 대륙에 큰 피해를 입힌 제8호 태풍 ‘모라꼿’은 북태평양 바다에서 생성된 직후 줄곧 서쪽으로만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북쪽으로 움직이려는 성질을 갖지만 당시 한반도는 강한 오호츠크 해 기단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어 태풍이 북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9일 이후 오호츠크 해 기단이 조금씩 한반도에서 멀어지면서 모라꼿은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미 세력이 크게 약해진 뒤였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열대야도 많이 줄었다. 2000∼2008년 6월 1일∼8월 16일 서울의 열대야 발생일수는 7.6일이었으나 올해는 단 하루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평균 15.7일 열대야가 발생하는 대구는 올해 3일, 평균 10.1일 발생하는 부산도 하루만 열대야가 있었다.

○ 9월 상순까지 영향 이어질 듯

기상청에 따르면 오호츠크 해 기단은 다음 달 상순(1∼10일)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정석 기후예측과 사무관은 “이달 하순(21∼31일)에는 북태평양 기단의 세력이 잠시 세지겠으나 이후 다시 오호츠크 해 기단이 세력을 확장해 9월 상순에는 평년(16∼25도) 기온보다 0.5도 이상 낮겠다”고 말했다. 9월 중순에 접어들면 평년과 같이 한반도에 이동성 고기압이 많이 지나며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름이 다소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동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오호츠크 해 기단 발달의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예측도 쉽지 않다”면서도 “이 기단이 정상적인 대기 흐름을 가로막아 더운 날씨가 평년보다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