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가 남아 있습니다. 볼끝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프로야구의 전설 송진우가 은퇴를 선언한 지난 16일, 또 한명의 전설인 한화 구대성(사진)은 대전구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절친했던 후배 정민철에 이어 가장 의지했던 ‘회장님’ 송진우의 은퇴발표. 구대성은 “착잡하지만 각자 제 갈길을 가는 것 뿐”이라며 자신에게는 아직 마지막 승부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지난 2년 동안 무릎이 아파 공을 세게 던지지를 못했습니다. 아프지 않으니까 내년에는 제대로 한번 해봐야죠.”구대성은 2007년 시즌을 마치고 왼쪽 무릎수술을 받았다. 특유의 비틀어 던지는 투구폼으로 인해 왼쪽 무릎인대가 심하게 손상된 것. 운이 없었던 것은 철심을 지탱하던 나사가 풀려 2008년 또 한차례 수술을 받은 것이다. 2차례에 걸친 수술로 실전 훈련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특히 2년 동안 러닝과 투구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볼끝의 힘이 약해졌다. 당연히 팀에서의 위상도 낮아졌다. 마무리가 아닌 불펜 대기가 구대성의 몫이었다. 구대성에게 왼쪽 무릎은 어떤 의미일까? 왼쪽 무릎은 중심이동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구대성은 왼쪽 무릎을 좀더 앞으로 밀어주지 못해 볼끝과 스피드, 팔의 각도가 모두 나빠졌다고 한다. 무릎만 좋아지면 볼끝과 스피드, 팔의 각도가 모두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와도 같다.
8월들어 구대성의 구위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9경기에 나가 9이닝을 던졌고 방어율 2.00을 기록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삼진을 13개나 잡아낸 것이다. 평균 137km의 스피드지만 볼끝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특유의 제구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올시즌을 마치면 피칭을 좀 많이 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내년을 준비하겠습니다.”
구대성은 1996년과 1999년, 2000년이 야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해라고 이야기 한다. 1996년은 18승, 방어율 1.82, 24세이브를 기록하며 투수부문 4관왕과 시즌 MVP를 차지했다. 1999년은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00년은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도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보여준 구대성의 1실점 완투승은 역사에 길이 남을 한판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대성의 통산 세이브는 213개다. LG 김용수 코치가 갖고 있는 227세이브에 이어 역대 2위. 일본 오릭스와 뉴욕 메츠에서 보낸 5년의 국내공백이 없었다면 300세이브도 했음직하지만 2007년 10월 1일 잠실 LG전이후 2년동안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했다. 구대성은 “세이브를 할 때가 가장 야구의 맛이 난다.구위를 되찾아 팀과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열정을 표시했다. 사람들은 두둑한 배짱과 탁월한 경기운영능력을 갖춘 구대성을 ‘승부사’라고 부른다. 불혹을 넘긴 41세 구대성의 마지막 승부가 기대되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집념 때문일 것이다. ‘대성불패’ 구대성의 2010년이 기대된다. 그의 마지막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야구해설가
꿈이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다.
실패와 낙심으로 힘들어도 꿈이있어 이겨낼 수 있다.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관련기사]‘신고선수 신화’ 김현수 “드래프트 보면 속쓰려!”
[관련기사]4강 서바이벌…라이벌 잡아야 웃는다
[관련기사]롯데 캡틴 조성환의 투지 “대타로 꼭 뛰고 싶습니다”
[관련기사]후배 홍보전 뛰는 최희섭 “MVP는 당연히 상현이죠”
[관련기사]빨간불 불펜…두산 흔들리는 KILL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