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지존’ 이신바예바(27·러시아)가 무너졌다. 단 한 번도 바를 넘지 못해 아예 순위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최대 망신을 당했다.
이신바예바는 18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첫 도전인 4m75에 실패한 뒤 4m80으로 바를 올렸지만 두 차례 모두 넘지 못했다. 마지막 도전에서도 바에 걸리고 말았다.
2004년부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공인 대회 44연승,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 9회 연속 우승, 세계기록 26차례(실외 14회, 실내 12회) 작성 등 이신바예바가 지난 6년간 쌓아올린 경력은 금세기 최고의 여자 육상선수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IAAF 올해의 선수로 3차례 뽑혔고, 라우레우스 재단이 주는 올해의 스포츠우먼에 두 번 선정됐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두 차례 실패 끝에 마지막 도전에서 극적으로 5m5를 넘고 무적 시대를 이어갔지만, 이날은 최후까지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지난달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런던 슈퍼그랑프리대회에서 이신바예바에게 2003년 세계선수권 이후 6년 만에 패배를 안겼던 폴란드의 복병 안나 로고프스카(28)가 이번에도 강펀치를 날렸다.
로고프스카는 이날 4m80에서 세 차례 모두 실패했지만 4m75를 넘었기에 성적이 없는 이신바예바를 제치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4m40부터 착실히 기록을 올린 로고프스카는 한 차례 실패가 있었지만 4m65도 가뿐히 넘었고, 4m75를 첫 번째 시기에 뛰어 이신바예바를 압박했다.
한편 여자 100m에서는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셸리 안 프레이저(자메이카)가 10초73이라는 올해 가장 빠른 기록으로 우승했다. 프레이저는 출발 총성과 함께 가장 먼저 튀어나왔고 끝까지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전날 우사인 볼트가 9초58이라는 세계신기록으로 정상에 오른 자메이카는 남녀 100m에서 동반 축배를 들었다.
남자 10,000m에서는 최강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가 26분46초31로 우승, 2003년부터 이 대회를 4회 연속 제패했다.
남자 해머던지기에서는 올림픽 챔피언 프리모즈 코즈무스(슬로베니아)가 80m84를 던져 정상을 확인했고, 여자 세단뛰기에서는 야르게리스 사비그네(쿠바)가 14m95를 뛰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