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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렷이 되살린 ‘100년 전 한국-한국인’

입력 | 2009-08-20 03:03:00


《“중화전이 중층(重層) 구조인 것을 보면 1902년 10월 이후 촬영된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화문 앞쪽으로는 경운궁(덕수궁) 영역 확장에 따른 담장 개축공사가 한창인데 오늘날과 같은 구조의 덕수궁 돌담길이 만들어진 것은 이때의 일이다.”(사진 ‘정동의 황궁’ 설명 중에서)

100여 년 전 이탈리아 외교관의 눈으로 본 한국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최근 발간된 ‘꼬레아 에 꼬레아니 사진해설집’(하늘재)에는 갓을 쓴 양반에서부터 기생과 걸인까지 다양한 선조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1902년 11월 주한 이탈리아 영사로 부임한 카를로 로제티가 7개월의 재임 기간에 한국의 모습을 기록한 책(꼬레아 에 꼬레아니·‘한국과 한국인’이라는 뜻)에 실렸던 사진 450장을 재구성하고 상세한 해설을 담았다.》

1904년 伊영사 발간 ‘꼬레아…’
원본에 실린 사진 해설집 나와
450여장 체계적 분류 재구성
‘정동의 황궁’ 등은 국내 첫 공개

‘꼬레아 에 꼬레아니’는 총 2권으로 1권은 1904년, 2권은 1905년 발간됐다. 경운궁 남쪽에서 정동 일대를 담아낸 전경, 서소문 쪽에서 정동교회 부근을 담은 사진, 이탈리아 공사관 거리로 불렸던 서소문 일대 풍경, 한성전기회사 옥상에서 종로와 동대문 일대를 담아낸 전경, 관립중학교 등의 학교를 방문해 담아낸 풍경은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자료로 평가된다. 사진기를 든 이방인은 당시 서울의 거리에서 지게꾼, 옹기장수, 안경장수, 갓 수선공, 나막신 수선공, 악공, 어린 군밤장수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린 기생과 걸인도 필름에 담았다.

이 사진들은 1996년 로제티의 책이 번역되면서 일부 소개됐지만 당시 이번처럼 풍부한 사진설명이 곁들여지지는 못했다. 한성부(현 서울시청) 현판이 보이는 사진 ‘서울의 어느 병영’에는 “이전에 이 자리에는 경기감영(경기도청)이 있었고 조선국진경(1892년)에 따르면 당시 현판은 기보포정사(畿輔布政司)였다. 현재의 서울적십자병원 자리다. 로제티가 병영으로 제목을 붙인 것은 옆에 보이는 이층 구조의 서양식 건물에 평양진위대가 주둔했기 때문이었다”라고 상세한 설명을 달았다.



생생한 사진설명을 위해 당시 관련 문헌과 다른 근대 사진들도 참조했다. 한때 명성황후의 사진으로 알려졌던 ‘궁중 복색을 갖춘 궁궐 여인’ 사진도 실었지만 로제티의 책에 실린 사진이 다른 사진 두 장을 조합해 만든 사진이기 때문에 사료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설명한 뒤 원본 사진들을 참고도판으로 제시했다.

로제티가 이탈리아 공사관 2층에서 찍은 사진과 다른 사진 및 문헌을 교차 검증해 당시 이탈리아 공사관의 위치가 현재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건물 자리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각국 공사관과 덕수궁을 함께 찍은 ‘정동의 황궁’ 사진은 이번에 처음 국내에 소개된 것이다.

사진해설집은 근대 사진 수집가인 이돈수 씨와 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 소장인 이순우 씨가 만들었다. 이돈수 씨가 로제티의 원본 책자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로제티의 책이 실린 450여 장의 사진은 근대 한국의 모습을 담은 보고(寶庫)”라며 “사진설명만 읽어도 근대 한국의 단면을 체감할 수 있도록 꾸며보았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