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집값은 서울을 중심으로 3, 4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최근엔 상당한 폭으로 올랐다. 물론 일부 지역과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많이 오른 모습이지만 이러한 집값 상승을 지켜보면서 일부 부자들은 다시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실물자산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주요 아파트, 재건축 아파트는 항상 부자들의 투자 1순위다. 부자들은 3월 이후 가파르게 오른 강남지역 부동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동분서주했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 모습이다.
○ 아파트 관망 분위기로 전환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정부의 부동산에 대한 정책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3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다주택과 비업무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등과 같은 부동산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고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완화에서 규제 쪽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하향 조정, 서울시의 재건축 소형평형 의무비율 확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제 강화, 재건축 연한 축소 움직임 중단 등의 규제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래서 부자들도 요즘은 아파트 투자에 대해 다소 관망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 고객은 서울 반포의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몇 개월 사이에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투자를 잠시 보류하고 연말까지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관망을 권했다고 한다. 여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한 고객은 갖고 있는 주택의 가격이 오르지도 않고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자 매각할 것인지 보유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양도소득세 유예기간인 내년 말까지 양도하지 않고 이후에 팔 경우 세금을 많이 내야 할 상황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고객들을 초대해 부동산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부동산 전문가와의 상담을 요청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언제 매각하는 게 좋을지, 매입 시점은 언제가 좋을지를 묻는 고객이 많다.
○ 오피스빌딩 관심은 뜨거워
관망세로 돌아선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빌딩에 대한 부자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부자들은 낮은 금리와 증시의 변동성 확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수익성이 보장되는 확실한 빌딩을 구입하려고 한다. 강남의 대형 랜드마크 타워는 공실률이 줄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임대수익성 측면보다는 안정된 자산 보유와 자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면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거래가격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50억∼200억 원대의 괜찮은 건물을 구입하기 위해 PB에게 은행의 부동산전문가팀을 통해 매물을 찾아봐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한 고객은 직접 알아본 건물에 대한 투자 적정성을 평가해 달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자금의 유동화 현상에 따라 투자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 투자방향은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부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최봉수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