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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낙관론만 넘치면 시장 끝물…비관론도 보듬자

입력 | 2009-08-21 02:58:00


코스피가 1,600에 접근하면서 향후 증시 방향과 경기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시장을 주도하는 우량 대형주의 경우 거의 과거 최고 호황 시절의 주가 수준에 육박하고 있어 현재 경기 상황에 비해 증시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2분기에 일부 기업이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하반기 경기상황을 자신할 수 없는지라 전문가일수록 보수적 견해에 무게를 둔다. 해외 증시도 마찬가지다. 다들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고 난리를 피우던 것이 머쓱해질 정도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으니 오히려 불안한 표정이다.

사실 시장에서 확인되는 실시간 데이터 자체가 혼란스럽다. 실업률이나 은행들의 부실자산 증가율은 여전히 불황을 가리키는데 내구재 판매나 소비심리 상승은 완연한 경기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업종 간 편차도 심하고 지역 간 차이도 두드러진다. 정보기술(IT)이나 석유화학, 액정표시장치(LCD), 철강 쪽은 봄기운이 돌지만 조선이나 건설은 아직 엄동설한이다. 사건의 주범(?)인 금융업은 당국의 지원으로 기사회생하고 있는데 중소형 제조업은 자금 조달이 여전히 막막하다. 이 와중에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전 고점을 돌파하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어 윗목이 뜨뜻해지기도 전에 아랫목에 불이 나는 비정상적인 경기회복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번 경기회복이 진성 회복이 아니라 ‘가짜 회복’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증시도 실질적인 기업이익의 증가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의한 유동성 장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상당 부분 그러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러한 혼란스러움이 지속될 것이다.

누가 봐도 현재 경기 상황은 작년 이후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강력한 경기회복 조치에 의해 겨우 숨을 돌린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상황논리상 중환자실에 긴급 이송된 환자가 불과 며칠 만에 제 발로 걸어나갈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산소호흡기를 떼면 아무도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연방은행도 금리를 동결했고 한국은행도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주식투자자로서는 이러한 불분명성과 혼란스러움 혹은 애매함이 오히려 우호적인 상황이다. 주식은 근본적으로 기대감과 꿈을 먹고 사는 묘한 종자이다. 과거 30년간의 주요 종목 주가를 분석해 보면 이론적으로 주가를 결정한다는 미래 배당수익의 현재가치나 기업의 가치(EV) 증가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반 이상이 된다. 이는 주가가 미래의 성장성을 과도하게 반영한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식투자의 본질이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주식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경기회복이 확실히 보이고 모두가 낙관론으로 개종할 때 시장은 끝물이다. 비관론을 너무 반박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비관론이 사라지는 것 자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