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 상인들이 1932년 세운 뒤 ‘긴자의 등대’로 불려온 도쿄의 와코백화점. 지금까지도 ‘와코가 고른 물건은 틀림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창해
日경제 뿌리 ‘5대 상인’의 빛나는 전통
홍하상 지음/
304쪽·1만8000원·창해
외환위기가 터지고 난 뒤 드라마 ‘상도’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200년 전 무역상이자 거부로 존경을 받았던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조선의 상권(商權)을 좌지우지했던 4대 상인, 즉 개성상인 한양상인 의주상인 동래상인과 시전 난전 객주 보부상을 둘러싼 치열한 상술과 경쟁을 재미있게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선 상인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흐르고 있을 것이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으로 때론 끊기고 때론 변질되기도 한 탓에 그 흐름이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반면 일본은 상업의 전통이 끊기지 않아 그 흐름이 뚜렷하다.
이 책은 일본 상인과 상도(商道)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저자는 20여 년간 일본을 100여 차례 오가며 현지 취재를 했다고 한다. 저자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중소 상인들이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가 공들여 취재해 소개하는 대상은 일본의 오래된 가게들이다. 일본에는 5대 상인이 있다. 교토상인 오사카상인 오미상인 나고야상인 도쿄긴자상인이 바로 그들이다. 길게는 1000년 이상, 짧게는 100년 이상 역사를 갖고 있다. 교토에는 1300년 전 문을 열어 지금까지 영업하는 결혼용품 가게, 1200년 이어온 부채 가게, 1000년 동안 인절미만 구워 판 가게 등 우리가 모르는 일본 가게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저자는 작지만 오래된 이런 가게의 상도가 이어져 내려와 오늘날 교토에 자리 잡은 세계 최강 기업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닌텐도 교세라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와코루 등 30여 개의 쟁쟁한 기업이 바로 교토의 전통을 이은 기업들이다.
오사카상인의 피를 이어받은 마쓰시타, 미쓰이, 아사히 맥주, 산토리 위스키, 노무라증권 등을 비롯해 오미 나고야 도쿄에도 대를 잇는 기업들이 즐비하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를 주름잡는 일본의 대기업들은 거의 모두 일본의 5대 상인에 그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8월 12일 일본의 도쿄상공리서치는 창업 100년을 넘는 기업이 일본 전국에 2만1066개이고 창업 1000년을 넘는 기업은 8개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인 장수국인 일본은 또한 장수기업도 많은 나라다. 왜 이렇게 장수기업이 많을까. 조사 기관은 “종업원 중시 등 일본형 경영의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책은 일본형 경영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회사를 설립한 이래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 1000년이 넘도록 같은 곳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볼 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물건을 만드는 상인이 아니라 수도자와 같은 모습을 읽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가격 결정 때도 창의력은 필수
가격의 경제학/조성기 지음/216쪽·1만1000원·책이 있는 마을
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기획을 하는 저자는 어느 날 짬뽕을 3500원에 판매하는 중국집을 알게 됐다. 다른 중국집들의 짬뽕 가격은 대부분 4500원이었다. 박리다매 전략일까 생각하던 차에 또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곱빼기가 5000원이었다. 대개는 곱빼기 가격으로 500원을 추가하는데 이 집은 1500원을 더 받는 것이었다. 며칠간 탐색해 보니 남자 손님들은 주로 짬뽕 곱빼기를 주문했다. 결국 다른 중국집에 비해 짬뽕 가격을 1000원 깎아주는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른 집 보통 짬뽕보다 500원 비싼 5000원짜리 곱빼기를 열심히 팔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을 주문하는 사람은 추가로 군만두를 주문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책은 이 사례처럼 가격 책정에 필요한 전략들을 설명한다. 무인(無人) 카페 성공 사례, 통상의 100배 가격으로 튤립을 판 네덜란드 농부들의 성공 사례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가격 결정에도 창의력을 발휘해야 ‘A물건의 값은 대개 어느 정도’라는 식의 통념을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결정의 순간 ‘전략’ 있었나요?
전략의 탄생/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지음·이건식 옮김/656쪽·2만5000원·쌤앤파
노사 협상에서 사측과 노조는 각자의 협상 카드를 갖고 밀고 당기기를 한다. 협상이 지속되는 동안 양측의 카드는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여기에 전략적 판단이 개입해야 합리적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저자들은 101일의 휴가 시즌 첫날 파업에 들어간 호텔의 사례를 상정해 설명한다. 파업 첫날부터 100일째까지 어느 시점에 파업이 타결되느냐에 따라 회사 전체에 얼마만큼의 비용이 발생하는지, 사측과 노조 각각이 얻게 되는 이득은 어떻게 변하는지 제시한다. ‘라이벌 회사가 비밀리에 신상품 가격을 책정했다. 그들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수익을 잃고, 높게 책정하면 고객을 잃는다’ ‘둘 중 하나가 먼저 포기하면 다른 하나는 막대한 이익을 얻고, 둘 다 버티면 둘 다 망한다’처럼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게임이론을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각각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예일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