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문단은 2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명의의 화환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2층 출입문 바깥쪽에 마련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대표 분향소에 전달했다. 이 조화는 북측 조문단이 타고 온 비행기에 싣고 왔다.
크고 긴 꽃봉오리를 가진 흰색 꽃을 배경으로 별 모양을 한 조화 중앙부분의 위쪽에는 진분홍색의 ‘김일성화’, 아래쪽에는 붉은색의 ‘김정일화’가 각각 꽂혀 있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화환은 북한이 DJ에게 최고의 예우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화의 검은색 리본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왼쪽) ‘김정일’(오른쪽)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분향소를 30여 m 앞두고 차량에서 내린 북한 조문단은 조화를 직접 DJ 영정 앞으로 옮겨놓고 영정 앞에 나란히 서서 묵념했다. 흰색 국화꽃을 영정 앞에 놓는 별도의 헌화는 하지 않았다. 당초 분향소 바로 앞에는 다른 조화가 없었다.
북한 조문단이 분향소를 떠나자 김 위원장의 조화는 분향소 오른편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조화 옆에 놓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화 바로 왼쪽이다. 이에 따라 분향소 오른쪽엔 YS, 김 위원장, 반 사무총장, 김형오 국회의장의 조화 순으로 배치됐다. 분향소 왼쪽에는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이명박 대통령,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 있었다.
국회 관계자는 “전현직 대통령과 유엔 대통령인 유엔 사무총장의 조화 5개가 오른쪽에 2개, 왼쪽에 3개씩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조화를 오른쪽에 놓아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DJ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국가원수에 관한 국제관례를 검토해 배치했다”고 말했다.
김일성화는 1965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당시 수카르노 대통령이 김 주석의 이름을 붙여 선사한 난과(蘭科)의 열대식물이다. 김정일화는 일본의 한 원예학자가 선물했다는 베고니아과 식물로 1988년 김 위원장의 46회 생일 때 처음 선보였다. 이번 조화는 북측이 2001년 3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당시 가져온 조화보다 소박하다는 평가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