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를 높여야 PGA서 산다” 그립-스탠스 바꾸는데 1년… 스윙궤도 포함 완성까지 2년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우승 뒤에는 뚝심이 숨어 있다.
그는 2007년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부터 대대적인 스윙 교정을 시작했다.
1992년 데뷔해 15년간 해오던 스윙을 단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다고 이전까지의 스윙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거의 독학으로 터득한 스윙으로 국내에서 2승, 일본에서 4승을 따냈으니 나무랄 데 없다. 그럼에도 미국 진출과 동시에 스윙을 뜯어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건, 타이거 우즈 덕분이다. 2007년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우즈가 먼 거리의 파3 홀에서 볼을 척척 세우는 장면을 보고 ‘볼을 그린에 세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무작정 멀리 때리고 똑바로 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양용은과 함께 미국에서 2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후배 오현우 프로는 “마스터스에 출전하고 난 뒤 갑자기 스윙을 고쳐야겠다고 하더라고요. ‘탄도를 높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PGA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그때부터 스윙 교정을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여러 모로 우즈가 양용은의 인생에 끼어들고 있던 것이다.
2004년부터 3년간 일본무대에서 활동해온 양용은의 샷은 드로(Draw) 위주다. 드로는 거리는 많이 보낼 수 있지만 볼을 컨트롤하기는 힘든 단점이 있다. 드로를 위해서 양용은은 어드레스 때 오픈 스탠스를 취하고 스트롱(훅) 그립을 잡았다. 백스윙의 크기도 인사이드-인의 궤도를 그렸다. 교과서와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일본에서 3승, 유러피언투어에서 1승이나 따낸 스윙을 버리고 새로운 스윙으로 만든다는 건 선수생명을 건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양용은은 첫 번째로 그립(클럽을 잡는 방식)을 바꿨다. 초보들이나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 기초 동작이다. 줄곧 사용해온 스트롱(훅) 그립에서 뉴트럴(스퀘어) 그립으로 전환했다. 멀리치는 타법에서 탄도(볼이 떠오르는 높이)를 높이기 위한 시도다.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이 동작을 익히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두 번째는 스탠스를 정상으로 돌렸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선배 김종덕에게 사사받았던 오픈 스탠스(왼발이 오른발보다 뒤에 위치한 자세)방식을 버리고 스퀘어 스탠스(양발이 일직선을 유지하는 자세)로 돌려놓았다.
양용은 무던한 선수로 유명하다. 2006년 한국오픈과 HSBC챔피언스 우승 때 그는 한번도 쳐보지 않았던 새 클럽을 들고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선수가 사용하던 클럽이 아닌 다른 클럽을 들고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만큼 양용은은 적응이 빠르다.
그런데 스윙 교정은 달랐다. 특별하게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 동작을 교정하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스윙 궤도도 바꿨다. 큰 아크를 버리고 몸 안쪽으로 돌아가는 플랫하고 부드러운 스윙 궤도로 변경을 시도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스윙을 뜯어 고치는 데 무려 2년이 걸렸다.
그 사이 성적은 곤두박질치는 게 당연했다. 컷 탈락을 밥 먹듯 했다.
2년 동안 계속된 스윙 교정은 올 초가 되어서야 완성됐다. 스윙을 바꾼 결과는 대만족이다. 혼다클래식과 PGA 챔피언십 우승은 물론이고, 밥 먹듯 하던 컷 탈락에서도 완전히 탈출했다.
올해는 컷 탈락이 4차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오 씨는 “스윙을 교정하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빨리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가는 게 프로선수들의 생리다.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용은 형의 경우 달랐다.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뚝심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슬라이스로 10년 넘게 고민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쉽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조급증 때문이다. 변화를 시도하다 안 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스윙은 하루 이틀에 고쳐지지 않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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