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집주인이 많아 역전세난까지 일어났던 수도권에서 최근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위기로 급락했던 폭만큼 만회하느라 오른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공급 부족이라는 좀 더 근원적인 원인이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전세금 상승세는 중간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통계로 보면 수도권 집값이 지금처럼 오르기 전에는 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1980년대 후반에는 아파트 전세금 비율이 매매가격의 70% 선이었다. 집값 폭등 직전에 서울 강남구 개포동이나 노원구 등 소형 아파트 밀집지역은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90%를 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는 어땠을까. 서울 기준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에는 48%, 1999년에는 57%, 2000년에는 61%, 2001년에는 63%를 넘어섰다. 하지만 2002년부터는 아파트 매매가격의 랠리가 시작돼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2년 전세금 비율이 매매가의 55%대로 떨어지더니 2003년에는 50%가 되고 이후 지난해 35%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올 들어 전세금이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올 8월 다시 40% 선을 돌파했다. 요즘 상승하는 전세금 상승률을 모니터링해 보면 머지않아 5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매매 가격도 오르고 있지만 그보다는 전세금 상승 속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전세금 급등의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새 아파트의 공급 부족이다. 서울의 경우는 작년 대비 입주물량이 40%나 감소했다. 잠실, 반포의 대규모 입주 물량이 정리되면서 새 아파트는 씨가 말랐다. 뉴타운과 재개발 지역에서는 주택 멸실에 따른 이주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은 다시 강북과 수도권 외곽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 시장에서는 전세 수요 대비 약 10만 채의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도미노식 밀어내기 현상은 2010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다. 추가자금만 수천만 원에서 1억 원대에 이르는 집들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손품과 발품을 팔아 좋은 전셋집을 찾아내는 강도 높은 작업을 해야 한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심권 직장인이라면 서울 동북구와 서북부, 경기 북부까지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다. 강남권이라면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진 강서권이나 서울 서남권도 고려해볼 만하다. 아울러 대단지 입주 물량을 눈여겨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강남권에서는 올해 말까지 판교에서 1만5000채의 신규입주물량이 나온다. 강북권에서는 내년 초부터 은평뉴타운 2, 3지구 1만1000채의 입주가 시작된다.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전세대란을 극복하기 위한 세입자들의 지혜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