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도 투병 사실을 숨긴 채 수업을 계속하다 7월 25일 사망한 송하원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유가족이 5일 아름다운재단의 이주민 도서지원사업에 1000만 원을 기탁하기로 하고 협약식에 참석했다. 기부금 약정서를 들고 있는 송 교수의 부인 박영숙 씨(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딸 혜진 양, 왼쪽은 아들 재근 군. 사진 제공 아름다운재단
암 숨기고 강의하다 숨진 송하원 교수 유족
“다문화 가정 위해 책 지원” 1000만 원 기탁
“아빠가 살아 있었다면 아마도 한국에 온 외국인들을 돕는 데 쓰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도 투병 사실을 숨긴 채 수업을 계속하다가 지난달 25일 사망한 송하원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향년 50세·사진) 유가족들이 8월 5일 아름다운재단의 이주민 도서지원사업에 1000만 원을 기탁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아름다운재단 측은 “송 교수의 아내 박영숙 씨(46) 등 유가족이 ‘생전에 국제화와 유학생들을 위해 열정을 다했던 남편의 뜻을 기리고 싶다’며 재단이 2007년부터 추진해 온 ‘책날개를 단 아시아’ 사업에 기부의 뜻을 밝혀 5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아름다운재단 본관 대회의실에서 ‘송하원 교수의 책날개기금’을 조성하는 협약식을 가졌다”고 24일 밝혔다.
기부는 송 교수의 맏딸 혜진 양(18)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혜진 양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썼던 아버지를 기리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마침 박 씨가 아름다운재단에 5년 넘게 기부하며 올 초부터는 재단이사직까지 맡아 책날개사업에 친숙했고 이에 혜진 양이 기부를 제안한 것이다.
고인이 된 송 교수는 6시간마다 한 번씩 진통제를 먹고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다 빠져 머리를 가발로 가리고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자들의 논문을 지도하고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들에겐 사재를 털어주는 등 평소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 본인의 힘들었던 유학시절 경험 때문인지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관심도 커 어머니 수술비가 없어 고민하던 한 인도 출신 유학생에게 “얼마 안 되지만 수술비에 보태라”며 140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은 송 교수의 기금을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에게 모국어 책을 지원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은 국내 각종 외국인 단체들에 보내져 도서관 등에 비치된다. 재단은 외국인들에게 자문해 만든 ‘이주민을 위한 책 리스트’를 유족 측에 전달했다. 박 씨는 “기금은 재단에서 알아서 운용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내년 1주기 때 사업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유가족들은 6일 송 교수 부의금 3000만 원 전액을 연세대 장학금으로 출연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