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높아져라
생활변화에 맞춰 진화
저희 집에는 냉장고가 3대 있습니다. 일반 냉장고 1대와 김치냉장고 2대인데요. 냉장고 공간에 여유가 생기니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기존에는 냉장고에 음식을 쑤셔넣다 보니 어디에 어떤 음식이 있는지 까먹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최소한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냉장고 1대는 아예 쌀독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날파리가 쌀더미에 ‘익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냉장고에 유난떠는 집이 비단 저희 집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전업계는 ‘세컨드 냉장고’인 김치냉장고 등까지 감안하면 한 집당 냉장·냉동 보관 용량이 1000L인 시대가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냉장고 용량이 기껏해야 100∼200L에 그쳤던 1960, 70년대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우선 대형 냉장고의 경우 지난해 주력모델이 600L급이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700L 이상의 대용량으로 바뀌었습니다. 700L 이상의 제품은 전체 냉장고 시장의 6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냉장고 대형화의 일등공신입니다. 대형마트 등에서 한꺼번에 장을 본 뒤 음식을 다량 보관하는 집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활이 넉넉해지면서 구입하는 식자재가 늘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대형 식당에서나 봄직한 냉동고까지 주방을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냉동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에 따른 것입니다. 맞벌이 부부들은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역국 된장국 등을 한꺼번에 냉동시켰다가 해동시켜 먹곤 합니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가래떡 등을 얼렸다가 먹거나 채소를 다듬어서 찌개용이나 볶음용으로 냉동 보관하기도 합니다. 냉장고 냉장실의 용량이 부족했던 것은 김치냉장고가 채워줄 수 있었지만, 냉동고가 부족할 경우 이를 보완할 제품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냉동고 시장은 2005년 이후 매년 40%씩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가전업계도 냉동고 신제품 발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9월부터 280L의 대용량 냉동고인 삼성 냉동고 프레스티지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LG전자도 242L급 디오스 냉동고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김치냉장고 형태도 윗부분에 문이 달린 ‘뚜껑식 냉장고’가 아닌 일반 냉장고처럼 앞쪽에 문이 있고 세로로 길쭉한 ‘스탠드형 냉장고’로 바뀌고 있습니다. 김치냉장고에 김치뿐 아니라 건어물, 케이크, 과자 등을 보관하는 추세에 따라 김치냉장고 용량도 커지고 있는 데에 따른 것입니다. 기존 김치냉장고 용량은 200L 정도였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최대 310L의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변화무쌍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냉장고에는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