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 400여명 100억대 체불임금 해결 감사”
전남 순천세무서에 최근 복숭아와 포도가 든 과일상자 7개가 택배로 배달됐다. 보낸 사람은 ‘○○ 채권단협의회’로 돼 있었다. 세무서 측은 즉시 되돌려 보내려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반송 중 변질 가능성이 커 채권단 협의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과일 상자를 곧바로 순천시내 노인복지시설에 기부했다.
‘○○ 채권단협의회’가 과일 선물을 보낸 것은 순천세무서 도움으로 근로자들이 1년 동안이나 받지 못한 임금을 모두 받게 된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순천세무서는 지난달 세금을 내지 않은 B사의 재산을 압류했는데 압류 재산 중 상당액이 하도급 업체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조사 과정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400여 명에 이르고 액수도 100억 원대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밀린 임금을 청산하려고 압류 재산 중 일부를 즉시 해제하고 관련 업무를 맡을 실무팀을 꾸렸다. 채권단협의회 관계자와 근로자, 재산을 압류당한 회사대표 등을 만나는 등 부지런히 발품을 판 끝에 체불 임금이 모두 청산되도록 했다.
오용현 순천세무서장은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의 사정이 딱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서민 생활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세정을 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