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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리버스 토크] 신비주의 연예인들의 ‘허무한 공개’ 씁쓸…

입력 | 2009-08-25 08:37:00


할리우드가 ‘꿈의 공장’으로 통하던 1930-40년대에는 전설적인 여자 스타들이 참 많다. 그중 가장 화려하고 극적인 연기활동을 한 스타를 꼽는다면 단연 그레타 가르보다.

아직도 고전적인 미인의 대명사로도 꼽히는 그레타 가르보는 그녀의 영화를 접한 적이 없는 요즘 사람에게도 결코 낯선 이름은 아니다. 그런데 배우 사전이나 인터넷에서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라면 꽤 오랜 기간 활동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활동한 배우 이력은 무척 짧다.

그레타 가르보가 처음 데뷔한 것은 19살인 1925년. 그리고 은퇴를 선언한 것은 1941년, 36세 때이다. 16년에 걸쳐 27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리고 요즘으로 치면 김윤진 신은경 전도연 송윤아 정우성의 나이에 은막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고, 이후 1990년 4월15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기는커녕 어떤 공식석상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인적 드문 시골이나 산간 오지가 아닌 뉴욕의 한 복판에 살면서 파파라치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외출할 때는 심야에 선글라스와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집에 있을 때는 사진을 못 찍도록 방을 어둡게 한 채 50년간 은둔 생활을 했다. 집에서 조용히 채소와 꽃을 가꾸면서.

무엇이 그녀가 그처럼 빠른 은퇴를 결심하게 했는지 추측은 무성하지만 아직까지 진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놀라운 것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 정상에서 활동의 방점을 찍은 용기이다. 그래서인가, 누군가는 영원한 전설로 자리잡은 그녀의 삶을 가리켜 ‘이것이 진정한 신비주의’라고 했다.

‘신비주의’, 90년대 말부터 등장해 이제는 연예인의 대표적인 활동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잡은 스타 마케팅 방식이다. 이런 저런 말도 많고 비판도 많지만 스타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란 ‘수요’에 비해 알려지는 신상 정보의 ‘공급’이 부족하면 여전히 유효한 것이 이 ‘신비주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차피 나중에 다 보여줄 모습이고 공개할 이야기인데, 괜히 감질나게 조금씩 드러내면서 마치 깊은 사연이 있는 것처럼 구는 그런 행태를 ‘신비’라는 말로 포장할 드는 낯간지러움은 꼭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또한 ‘신비주의’로 덧칠해져 등장하는 연예인일수록 막상 실체가 드러낸 이후에는 과거이 행보가 무색하도록 온갖 곳에 얼굴을 내민다. 마치 그동안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듯.

이런 연예인에게 과거 그레타 가르보의 선택을 말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l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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