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노인이 버스 안에서 실수로 갑작스럽게 본 용변을 깔끔하게 치워준 버스운전사의 선행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5일 금호산업㈜에 따르면 김모 씨(광주 남구)는 최근 금호고속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저는 금호고속을 이용하는 직장인 여성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 씨는 치매에 걸린 73세의 아버지를 모시고 전남 무안에서 광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용변을 보고 말았다. 당황한 김 씨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버스 운전사가 그 상황을 알아채고 다른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버스를 세웠다. 이 운전사는 물과 휴지를 들고 아버지를 버스 밖으로 모시고 나간 뒤 한적한 곳으로 가 뒤처리를 깨끗이 해줬다. 버스로 돌아와서는 아버지의 좌석을 말끔히 정리하고 방향제까지 뿌린 뒤 다른 승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까지 전했다.
김 씨는 광주에 도착한 뒤 이름을 물었지만 운전사는 “마땅히 할 일을 했다”며 손사래를 치고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김 씨는 “버스 번호판을 볼 겨를도 없이 돌아왔는데 고마운 마음을 전할 길 없어 게시판에 글을 남긴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확인한 결과 당시 운전사는 이 회사 입사 23년차인 김영순 승무사원(57·사진)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널리 알려져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라며 “누구라도 다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