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으나 최종 투표율 11%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에 크게 못 미쳐 법 규정에 따라 부결됐다. 이로써 이달 6일 주민소환 투표 발의에 따라 권한이 정지됐던 김 지사가 계속 지사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유치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주민 소환 절차의 대상이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제주도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불발에 그쳐 그나마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
제주도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들어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김 지사가 ‘도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고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주민 소환을 청구했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우리 해군의 전력 강화와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 지사는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이를 수용했다. 절차적 하자가 없는 데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물고 늘어진 소환 청구 자체가 애당초 무리한 것이었다.
2007년 5월 주민소환법의 발효로 본격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높임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는 것이 기본 취지다. 그러나 법에 자치단체장에 대한 소환투표 청구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정당한 권한행사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시비를 걸 수 있는 맹점이 있다.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도 2007년 광역화장장 유치 문제로 소환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지역이기주의나 정쟁(政爭)에 의해 자치단체장이 임기 중 희생되거나 권한이 정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
‘평화의 섬’인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일부 주민이 있지만 제주도 남쪽 해상의 전략적 이익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해군기지가 위치한 하와이가 세계적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것을 보면 군 기지는 관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제주도는 당초의 군 전용부두 건설 계획을 수정해 크루즈선박과 군함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민군(民軍)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기로 올해 4월 정부와 기본협약을 맺었다. 12월 착공 예정인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득이 될 것이다.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문제가 일단락된 마당에 더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