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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접속자 30만, 인터넷 기차표 예매 전쟁

입력 | 2009-08-27 15:25:00

해마다 반복되는 추석 귀성 전쟁. 동아일보 자료 사진


치열했던 추석 연휴(10월1일-5일) 열차표 예매가 끝났다.

온라인 예매가 실시된 26, 27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는 수 만 명의 사용자가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해 귀성표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코레일 측은 인터넷 예매경쟁을 누그러뜨리고 서버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매 시간을 아침 2시간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인터넷 예매 분량이 모두 소진되는 데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26일 새벽 경부선 예매의 경우 33만8000여개 좌석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한때 동시 접속자 수가 지난해의 두 배인 30만 명까지 치솟아 코레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27일 호남선의 경우는 경쟁이 더 치열해 예매 개시 30분 만에 거의 모든 좌석이 예약됐다는 후문이다.

코레일은 5일간의 추석 연휴용으로 약 248만 좌석을 공급했으나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좌석 수는 이중 20% 정도에 그친다. 이 가운데 절반이 매표창구 판매분임을 감안하면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인기 좌석은 20만여 석에 불과하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치열한 예매 경쟁 속에도 이용자들의 예매 스트레스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평가다.

코레일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일명 'VIP표'로 불리는 코레일 사내 직원을 통한 불법 유출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코레일의 지속적인 청탁문화 퇴출 작업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명절 때마다 최대 2만장 이상의 VIP 티켓이 직원들을 통해 유출됐죠."(코레일 관계자)

그간 열차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직원을 통한 청탁 문화였다. 누구는 고통스럽게 장시간 줄을 서서 표를 구매하는 데 반에 누군가는 전화 몇 통 만으로 황금시간대 철도 티켓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알음알음 퍼져있었던 것.

이 같은 청탁 문화는 소비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고 코레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꾸준한 자정 노력으로 이제는 과거와 같은 청탁 문화가 없어졌다는 것이 코레일 측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자정 노력으로 우선 엄격한 사내 감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창구예매 담당자들은 '정당하게 팔겠다'는 보안각서를 써야 한다. 한동안 코레일은 추석이나 설 예매 때는 사원들이 예매하지 못하도록 아예 사내의 예매사이트 접속을 막기도 했다. 1999년 정종환 청장 시절 시작된 일명 'VIP 승차권' 청탁문화 근절 운동도 2005년 이철 사장 때 일정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② KTX로 열차대수 증가, 차표가격도 급등

KTX의 등장도 기차표 예매를 둘러싼 후유증을 누그러뜨려준 요인으로 꼽힌다.

코레일 홍보 관계자는 "2004년 KTX 도입 이후 경부선의 경우 열차 수송 능력이 배 가까이 늘었다"며 "코레일 내부의 자정 노력에 비행기 기차 고속도로 등 전반적인 수송량 증대가 더해져 VIP표 문화가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KTX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철도 열차 가격도 급상승했다. 현재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6명(1인당 최대 예매가능한 수)의 기차표 가격은 60만원에 육박한다. 때문에 설사 코레일 직원이라 해도 암표를 불법 유통시키거나 청탁을 주고받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③ 달라진 명절문화도 한 몫

명절문화 자체가 달라져 열차표 구매 스트레스가 완화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예매 전쟁이 기차표가 아닌 항공권으로 일부 옮겨 간데다 부모가 서울로 역귀성 하는 추세가 등장함에 따라 철도표 확보를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도 상당 부분 줄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현행 예매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인터넷 예매의 경우 예매 현황을 보여주지 않는 '묻지마' 예약 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26일 새벽 5시부터 컴퓨터 앞에서 기다렸다는 한 코레일 회원은 "날짜와 시간대 예매 현황이 표시되지 않아 마구잡이로 예매 버튼을 눌러야 했다"며 "예약에 성공한 표의 시간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해약을 해야 할지 고민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레일 회원은 "기차역에서 암표가 사라진 대신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암표도 적지 않다"면서 "VIP표가 사라진 것은 다행이지만 예매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로또'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