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의 증언=“태평양 배지요? 아직 판매가 아니라 목동 구장에 진열만 해놓은 것인데. 삼미→청보→태평양→현대를 히어로즈가 계승한다는 지적재산권 같은 권리가 없다는 것은 알죠. 다만 삼미 때부터 코치, 선수들 응원한 팬들의 요청이 있었고, 추억 마케팅으로 해석하면 좋겠어요.
히어로즈가 서울 팀인데 SK와 인천 팬을 놓고 경쟁할 생각 없어요. 그런데 맞불대응인지 노이즈마케팅인지 모르겠지만 SK가 태평양 유니폼을 판매한다더군요. 작년엔 아예 그 유니폼을 입고 문학에서 우리랑 경기를 했었죠. 그때 우리 심정이 어땠는지 아세요? 왜 KBO에 항의를 못했냐고요? 히어로즈도 현대 인수가 아니라 창단을 취했으니까, 태평양의 역사는 우리 것도 아니었으니까.
SK가 문학구장에 삼미, 청보 사진을 붙여놓은 것도 그래요. 차라리 인천시청이라면 이해하겠어요. 이러다 우리가 ‘목동 SK전에 태평양 유니폼 입겠다’고 나오면 어쩔 거지요?
SK가 인천에 터를 잡기 위해 그런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케팅에도 상도의가 있는 것 아닌가요?”
#SK의 증언=“태평양 마케팅은 연초부터 지역밀착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있던 일이에요. 인천연고 팀 최초로 1989년 태평양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20주년 기념으로요. 작년에 태평양 데이로 논란이 있어서 이번엔 유니폼을 원하는 인천 팬을 위해 공동구매를 하기로 했어요.
물론 SK도 창단의 형식을 밟았지만 어디가 삼미→청보→태평양을 잇는지 판단할진 인천 팬들 몫이겠죠. KBO가 유권해석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겠고요.
목동 전광판 자막 보셨죠? 배지도 만든다면서요? SK 팬 페이지 가 보셨어요? 팬들이 격앙돼있는데 구단으로서 손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태평양의 역사에 대해 SK가 소유권이 없다는 점은 알아요.
그러나 인천야구 팬들 정서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작년이나 올해나 태평양 마케팅을 실행하면 다른 덴 어떨지 몰라도 인천 팬들 반응은 좋아요. 우린 그럼 된 거예요.
히어로즈와 논쟁을 키울 생각 없어요. SK가 돈 벌려고 이러는 거 아니잖아요? SK 팬의 대다수는 인천이고, 그 인천의 향수를 돌려드리겠다는 데 이마저도 뭐라 하면 할 말없네요.”
#어느 선배기자의 증언=“서로 안 모시겠다고 고려장시키려 할 땐 언제고. 이젠 서로 유골이 자기 소유라 주장하니…. SK도 창단, 히어로즈도 창단 아닌가? 결국 현대가 소멸된 순간, 태평양의 역사도 끊긴 것이다. 단절된 역사는 단절된 대로 내버려둘 수 없나? 태평양이 독도도 아니고….”
프로야구 버전의 일본영화‘라쇼몽’ 같네요. 역사는 ‘사실’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진실’이 공백인 자리를 ‘입장’이 메울 뿐이겠지요.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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