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저어 4대강을 탐험하는 2009 그린물길캠프 패들링마라톤(17∼21일)의 한강팀 참가자들이 18일 안개 자욱한 북한강 상류를 통과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강풍과 폭우에 맞서며 하루 40km 이상 노를 저었다. 사진 제공 이정식 작가
■ 국내 첫 4대강 수상 국토순례 ‘패들링마라톤’ 체험기
5일간 하루 42.195km 강행군
“악취 풍기는 강물 심각해요”
‘길 떠난 지 나흘째. 우린 처음으로 그릇에 담긴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날 메뉴는 빗물국밥이었다.’
그린물길캠프 패들링마라톤 한강팀 김광수 팀장(35)의 메모다. 강원 인제군 합강을 출발한 지 나흘째인 20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를 20여 km 남겨둔 지점에서 한강팀 대원들은 평생 잊지 못할 점심상을 받았다.
오전 11시쯤부터 내리던 비는 육상지원조가 점심식사를 가져올 즈음 폭우로 변했다. 대원들은 래프트(급류타기용 고무보트) 4척으로 벽과 지붕을 만들었다. 그동안 먹던 지겨운 김밥이 아닌 찌개백반. 그러나 보트로 급조한 임시식당은 퍼붓는 장대비를 막기엔 역부족. 샤워기를 틀어놓고 밥을 먹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찌개백반을 주문했는데 빗물국밥이 왔군.” 임시식당 안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러시아 여학생 유리나 나타샤 씨(23·서강대)는 김 팀장의 안경 낀 얼굴을 향해 밥알을 뿜었다.
고무보트와 카약, 카누를 타고 물길을 따라 노를 저어가는 국내 최초의 수상 국토순례 프로그램 2009 그린물길캠프 패들링마라톤(17∼21일)은 고난과 웃음의 연속이었다.
한강(합강∼잠실), 금강(대청댐∼군산), 낙동강(안동∼고령), 영산강(담양댐∼목포) 등 4개팀으로 구성된 패들링마라톤팀의 하루 목표 거리는 마라톤 풀코스와 같은 42.195km. 흐름이 거의 없는 강물에서, 밑바닥이 넓어 저항이 큰 래프트의 노를 젓는 것은 걷는 것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칼로리를 요구하는 고도의 체력전이다.
한강팀(39명)이 폭우에 갇혀 있을 시간에 남녘의 영산강팀(23명), 금강팀(28명), 낙동강팀(35명)은 역풍과 역조에 시달렸다. 전남 목포를 10여 km 남겨두고 있던 영산강팀은 하구에서 불어오는 강풍과 맞닥뜨렸다. 배가 상류로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변에 무성히 자란 갈대를 움켜쥐고 안간힘을 쓰며 2시간을 버텨야 했다.
역풍을 예상하고 오전 4시에 충남 논산시 강경읍의 야영지를 출발해 금강 하구둑이 보이는 지점까지 진출한 금강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김진혁 팀장(35)은 전화 보고를 통해 “강이 바다처럼 파도치고 있다. 뭔가 붙잡고 있지 않으면 12마력 엔진을 단 모터보트처럼 래프트가 후진한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여학생이 7명이나 되는 금강팀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를 저어 오후 4시쯤 기어이 군산하구에 도착해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낙동강팀에 목표 지점인 고령 사문진교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였다. 오후 들어 강변의 갈대숲을 모두 눕혀버릴 만큼 강해진 바람 탓에 기를 쓰고 노를 저어도 시속 1km를 넘기기 어려웠다. 왜관2교를 지나자 오후 6시. 강에서 일몰을 맞으면 사고 위험이 있었다. 결국 박재한 팀장은 고뇌에 찬 후퇴 결정을 내렸다.
반포시민공원 해단식의 하이라이트는 각 강에서 떠 온 물을 서로에게 뿌려주는 강물 세례식. 수질이 나쁜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서 떠온 물을 맞은 한강팀 대원들은 그 냄새에 기겁했다.
대원들은 각자 지나온 물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구동성으로 “패들링마라톤은 재미있었지만 우리 강의 오염 상태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익스트림스포츠 칼럼니스트 송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