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제품 가전하향정책 영향
하이센스 - 스카이워스 - TCL 등
낯선 中업체들 1∼5위 ‘싹쓸이’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TCL, 캉자.’
한국 소비자에게 낯선 이들은 중국 TV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 현지의 TV 제조업체들이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1∼6월)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 1∼5위를 ‘싹쓸이’했다.
TV 하면 일본 소니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LCD TV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TV 시장인 중국에서 자국 업체들이 선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업체가 중국 업체에 역전당할 날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글로벌 TV업체 맹추격
30일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LCD TV 시장 10위권 업체 기준으로 중국 업체들의 자국시장 점유 비중(수량기준)은 76.8%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0.7%)보다 26.1%포인트 높아진 수준. 기업별로는 1위가 하이센스(19.2%), 2위는 스카이워스(19.1%), 3위는 TCL(15.2%), 4위는 캉자(11.1%), 5위는 창훙(8.7%), 8위는 하이얼(3.7%)이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샤프 등 10위권에 진입한 4개 다국적 기업의 올해 상반기 중국 LCD TV 시장 점유율은 15.4%로 지난해 상반기(28.3%)보다 12.9%포인트 낮아졌다. 6위는 LG전자(4.3%), 7위는 샤프(4.1%), 9위는 삼성전자(3.5%), 10위는 소니(3.5%)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10.1%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던 것에서 올해 9위로 미끄러졌다.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1000만 대의 LCD TV를 판매한 삼성전자가 TV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고작 36만8000대를 파는 데 그쳤다.
중국 내 LCD TV 판매 대수는 올 상반기 1057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12만2400만 대)보다 2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단일 국가로는 TV 최대 소비국이다.
○ 프리미엄 제품은 아직…
중국 업체의 대약진은 중국 내에서 디지털 TV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농촌지역에서 TV를 사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을 실시한 데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TV 가격 상한선을 3500위안(약 70만 원)으로 제한했다. 저가(低價)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에 유리하게 한 것.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은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LG전자는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 위해 LCD TV 부문 입찰에서 공격적인 가격을 써내 중국 26개 성(省)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다국적기업 가운데 5개 성 이상 공급권을 확보한 업체로는 LG전자가 유일했다.
물론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저가 보급형 제품에 그치고,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기술이 한발 앞서고 있다. 하지만 LCD TV 대량 생산으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가 도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LCD TV의 핵심인 LCD 패널에서 중국은 LCD 기술 확보 등을 위해 공장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8세대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글로벌 패널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LCD에 뒤처지더라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는 글로벌 업체를 타도하자’고 건배사를 하는 등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키워 한국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량 기준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국 업체의 ‘TV 시장 장악론’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TV 주도권을 거머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