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기지 아시아 이동 소형 위주로 시장재편”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상당 기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개별 부품이 아닌 부품시스템 전체를 책임지는 회사들의 역할이 커질 것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회사인 독일 보쉬그룹의 한국 사업 책임자 크리스터 멜베 한국로버트보쉬기전(한국보쉬) 사장(60·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친환경차 시대가 오면서 차부품 업계에도 지형 변화가 일어나 작은 회사들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취임한 멜베 사장은 한국보쉬를 비롯해 한국 내 보쉬 관계사들을 책임지고 있다. 보쉬그룹은 한국에서만 직원 3400여 명을 두면서 지난해 총 1조84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부품업계에도 새 시장 떠오른다’
멜베 사장은 현재 벌어지는 자동차업계의 주요 변화는 크게 세 가지라고 진단했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다가오고, 주요 생산기지가 미국·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며, 큰 차에서 작은 차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다는 것이다.
그는 “부품업계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며 “가장 큰 시장은 전기차 기술과 관련된 것이고, 그 중에서도 배터리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보쉬 본사도 이 때문에 삼성SDI와 합작해 차량용 배터리 회사 ‘SB리모티브’를 세웠고, 이 회사가 보쉬의 미래 사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자동차의 소형화 추세와 관련해서도 신(新)사업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차’에 대한 부품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특히 소형차의 안전 관련 기술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멜베 사장은 “자동차부품 전체의 시스템이 중요해지고 부품에 대한 평가도 시스템 관점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단품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워지면서 M&A가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2020년에도 여전히 전체 자동차의 95%는 내연기관을 사용할 것이라며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등 기존 차량을 더 잘 만드는 것도 친환경차 시대에 대비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 ‘부품기술 응용 분야 무궁무진’
자동차부품 업체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보쉬가 만드는 부품은 다리미에서 노트북PC, 휴대전화기, 장남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상용품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초소형 센서 개발회사인 보쉬 센서텍의 ‘멤스(MEMS·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 기술을 다른 분야로 확대한 전략은 한국 부품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량용 가속도센서 기술을 적용한 소형 모니터링 기기를 심장병 환자의 몸에 달아 위급 상황이 생기면 즉시 담당 의사에게 연락하도록 한 것이나 자동차용 압력센서를 건물용 공조시설에 적용해 불량을 점검하는 데 쓰이게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나온 ‘동작 인식 휴대전화기’에도 이 기술이 쓰인다. 멜베 사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모두 보쉬의 고객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부품기술은 응용 분야가 너무 넓어 앞으로 어디에 쓰일지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 손가락 움직임의 속도와 압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로 키패드가 없는 노트북PC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