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구금됐다 최근 풀려난 중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 쉬즈융 변호사.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구금됐다 풀려난 中 인권단체 ‘궁멍’ 쉬즈융 대표
“사회적 약자 돕는 시민단체 세금 미납이유 폐쇄 불합리
건국 60돌 앞두고 ‘공안한파’
당국 허가 받으면 활동 계속”
“중국 법률과 당국의 처사에 불합리하고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더욱 진보하리라고 기대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권시민단체인 궁멍(公盟)의 대표로 최근 25일간 구금됐다가 풀려난 쉬즈융(許志永·36) 변호사는 28일 베이징(北京) 모처에서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극도로 말을 삼가고 표현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궁멍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2일까지 25일간 베이징 시 제1유치장에 구금됐다가 지인들의 보증 덕분에 보석으로 겨우 풀려났다. 중국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쉬 변호사의 구금은 10월 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사회·인권운동 단체와 활동가에 대한 ‘손보기’ 차원에서 탄압을 당한 것이라며 석방 탄원과 함께 미납 세금을 내주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쉬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구금이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세금 문제 때문이고 조사 내용도 이게 전부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단체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단체를 폐쇄하고 사무실 컴퓨터 등 집기를 압수하는가 하면 대표를 장기간 구금한 것은 법률가로서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컴퓨터 등을 가져간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 어떤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는 중국 법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지만 중국 법이 불합리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궁멍은 기부금을 받아 농민공 철거민 고문피해자 등의 소송을 대리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무료로 돕는 사회단체. 세금 미납으로 부과된 130만 위안(약 2억3400만 원)의 벌금도 다 냈다. 쉬 변호사는 무료 봉사활동을 하라고 낸 기부금 중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처벌하는 당국의 처사에 대해 거듭 묻자 “불합리한 부분”이라고 짧게 답했다. 당국이 폐쇄한 궁멍의 활동이 언제 재개될지에는 “재개하고 싶지만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쉬 변호사는 예민한 문제에는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답변을 피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쉬 변호사가 석방 직후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데는 앞으로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할 것이고 지금도 당국의 별다른 간섭 없이 계속하고 있다”며 “사회를 진보시키는 이상을 실현하고 민주법제의 건설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쉬 변호사는 2003년 궁멍의 전신인 ‘양광셴정(陽光憲政)’이라는 인권단체를 만든 바 있다. 또 그는 신장(新疆)위구르족 출신으로 우루무치(烏魯木齊) 사태 선동혐의로 구금됐다가 풀려난 뒤 다시 가택 연금된 베이징 일함 토티 중앙민족대 교수(경제학과)와 함께 중국 공안 정국에 억압받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