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어제 “이회창 총재와 당을 같이할 수 없다”면서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제기됐던 심 대표의 총리 기용 논란이 마침내 선진당 총재와 대표가 결별하는 상황으로 악화된 것이다. 심 대표가 탈당 선언을 하면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혀 ‘심대평 총리 카드’도 물 건너갔다.
이 총재와 국민중심당 심 대표의 합작으로 출범한 선진당이 18대 총선에서 충청권에 바람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현재 정당 지지율은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심 대표의 탈당으로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연합 교섭단체는 의석 부족으로 깨지고, 선진당과 정부 여당 간의 관계도 껄끄럽게 됐다. 두 사람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심 대표의 탈당으로 당이 위기에 처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태는 지역주의에 근거한 선진당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1990년 3당 합당이나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연대에서 보듯 충청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은 독자 생존보다는 외부와의 연계로 활로를 모색했다. 여기에 충청권 맹주 자리를 노리는 두 사람의 이해타산도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두 사람 다 이번 사태로 상처를 입게 됐다. 선진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참 나쁜 정권,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정부여당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지만 스스로 냉정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이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 대표의 총리 기용이 정치권과의 소통과 지역주의 완화를 통해 국민 통합에 힘쓰겠다는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방법이 서툴렀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면 내각에 야당 인사를 등용할 수도 있지만 상대 당과 충분한 교감이나 합의 없이 명색이 야당 대표를 총리로 끌어온다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정부가 충청권의 민심을 얻기 위해 지역주의에 기대려 한 것이라면 그 자체도 떳떳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