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시대 개막54년간 이어온 일본의 자민당 정권이 마침내 무너졌다. 30일 실시된 총선에서 제1야당 민주당은 중의원 의석 480석 중 처음으로 300석을 넘긴 반면 자민당은 120석 안팎을 얻는 데 그쳤다. 그동안 자민당이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30일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후보의 명단 위에 장미를 달아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54년 ‘자민 천하’ 막내려
민주, 정권인수팀 구성
일본에 선거혁명이 실현됐다. 30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 민주당이 전체 480석 중 300석 이상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며 정권교체를 이뤘다. 민주당은 단일정당 사상 최다였던 1986년 총선 당시 자민당의 300석을 넘어서는 역사적 대승을 올렸다. 1955년 이래 반세기 이상 계속돼 온 ‘자민당 집권시대’는 5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자민당은 기존 300석에서 120석 안팎으로 줄었다.
선거 승리를 이끈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9월 14∼18일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총리지명 중·참의원 특별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르면 31일 내각과 당의 핵심 포스트인 관방장관과 당 간사장 등을 내정하고 정권인수팀을 구성하는 등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수에 모자라기 때문에 사민당 국민신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들 야당에 일부 각료를 내주는 등의 연대방안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30일 밤 NHK에 출연해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승리를 넘어 국민의 승리가 돼야 하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지역구 300석, 비례대표 180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31일 오전 1시 현재 306석을, 자민당은 119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하토야마 대표의 지역구인 홋카이도는 물론이고 도쿄에서도 대부분 지역구를 석권하는 등 일본 전역에서 자민당을 압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는 절대다수 의석인 320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자민당은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전 총리 등 거물급 중진이 대거 낙선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 당 총재 선거를 빨리 실시해 당 재건에 힘을 보태겠다”며 당 총재직 사퇴를 시사했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 등 핵심 당직자도 사의를 표명했다. 자민당은 상당한 규모의 탈당(脫黨)이나 분당(分黨) 사태에 직면해 대규모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투표율은 69%로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