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8집 활동 종료/ 3가지 키워드로 되감아보기
서태지가 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09 서태지밴드 라이브 투어 -더 뫼비우스’ 서울 앙코르 공연을 끝으로 8집 활동을 마쳤다. 2008년 7월29일 8집 첫 싱글 ‘서태지 에잇스-아토모스 파트 모아이’를 발표한 지 꼬박 1년1개월 만이다. 6집, 7집 활동기간이 3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기간이다. ‘문화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대중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예전에 비해 활동 기간이 길었던 만큼 화제도 많았다. 서태지가 13개월간 활동하면서 보여준 이색적인 행보와 몇 가지 기록들을 3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서태지는 새 음반을 낼 때마다 늘 ‘새로운 음악’ ‘앞서가는 음악’을 추구했다. 그래서 그의 새 음반은 대중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서태지는 8집에서 음악도, 음반도 쪼갰다. 첫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곡은 ‘모아이’. 서태지는 ‘네이처 파운드’라는 음악 스타일을 주창했다. ‘잘게 쪼개고 부순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파운드’(pound)와 ‘자연(nature)의 소리’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스타일이다. 전에 없이 부드러운 음악스타일이 크게 어필해 ‘모아이’가 수록된 첫 싱글은 21만 장이나 팔렸다.
키워드 ① 쪼개기
또한 앨범 한 장을 세 개로 ‘쪼개’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서태지는 7집에서도 타이틀곡을 한 곡으로 하지 않고 ‘라이브 와이어’ ‘로보트’ ‘해피엔드’ 등 몇 곡을 동시에 선보였다.
이번에는 아예 음반을 두 장의 싱글(‘모아이’ ‘시크릿’)과 한 장의 앨범(‘아토모스’)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더욱이 8집에 수록된 신곡 8곡 중 모두 7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곡마다 다른 활동으로 ‘전곡의 타이틀곡’을 실천했다. 서태지 8집은 모두 41만장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키워드 ② 드러내기
서태지는 ‘신비함’이 가장 큰 미덕이었다. 3-4년에 이르는 긴 공백에 ‘번개같이’ 짧고 굵고 화려한 활동이 고유의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그는 1년 내내 꾸준히 자신의 얼굴을 팬들에게 드러냈다. 각종 공연은 물론 TV쇼, 심지어 라디오 공개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2008년 7월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서태지 컴백쇼-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사전녹화에서 처음 얼굴을 드러낸 이후 8월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게릴라 콘서트, 2008·2009년 2년 연속 참가한 ‘ETP페스트’, 2008년 9월 영국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서태지 심포니’ 공연과 12월 다시 열린 앙코르 공연, 2009년 3월 두 번째 싱글 ‘웜 홀’ 발표기념 콘서트, 6월부터 진행한 전국투어와 이번 서울 앙코르 공연 등 그는 콘서트만 15회를 벌여, 모두 약 16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또한 KBS와 SBS 연예 정보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언론과도 두 차례 인터뷰를 하는 등 매체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냈다. 이밖에 SBS ‘이적의 텐텐클럽’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라디오에도 출연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팬들을 만났다.
키워드 ③ 망가지기
‘신비주의의 대명사’ 서태지는 이른바 ‘망가지는’ 모습으로 큰 화제와 이슈를 모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동통신서비스 KTF 쇼 CF에서 보여준 ‘서태지의 굴욕’이었다.
이 CF에서 서태지는 자신의 음악을 듣는 14세 소녀 심은경에게 다가가 “서태지 좋아해?”라며 은근히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 했지만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머쓱해 하는 모습을 보여 팬들을 즐겁게 했다. 서태지는 직접 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내며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자청했다.
2008년 10월1일 SBS 파워FM ‘이적의 텐텐클럽’에서 당시 KBS 2TV ‘개그콘서트-닥터 피쉬’ 코너를 통해 인기를 얻던 개그맨 유세윤을 흉내 내는 콩트까지 선보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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