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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업어치기’ 대형사고 쳤다… 세계유도선수권 90kg급 우승 이규원 스토리

입력 | 2009-08-31 09:25:00


“실력은 세계정상인데, 꼭 2등, 3등에 깃발을 꽂고 오네요.”

21일, 태릉선수촌. 출국을 이틀 앞둔 유도대표팀 정훈 감독은 다크호스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규원(20·용인대)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이규원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29), 은메달리스트 김재범(24·이상 한국마사회) 왕기춘(21·용인대)에 이은 대표팀의 비밀병기. 2008가노컵국제유도대회 은메달, 2009헝가리월드컵 국제유도대회 동메달을 따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 띠 동갑 선배의 파트너선수서 세계정상

마침내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규원은 2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유도선수권 남자90kg급 결승에서 키릴 데니소브(러시아)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꺾고 우승했다. 세계랭킹 34위가 4위를 꺾은 대이변이었다.

이규원은 2006직지컵국제청소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이미 문일고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차세대 주자로 꼽히던 이규원에게 기회가 찾아 온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대표 최선호(32)의 파트너 선수로 태릉에 입성하면서부터다.

띠 동갑 선배의 도복을 잡고 땀을 흘리는 동안, 그의 실력은 무럭무럭 커나갔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원희(28·한국마사회)의 파트너 선수로 태릉에 들어간 뒤 세계 정상에 선 왕기춘과 같은 경우. 비록 최선호는 베이징올림픽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한국유도는 세계선수권 우승의 씨앗을 심었다.

● 유도황제 ‘전기영’도 인정한 명품 업어치기

이규원은 29일 준결승과 결승에서 모두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뒀다. 1회전부터 결승까지 6경기 중 4경기가 업어치기 한판승. 한국유도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용인대 전기영(36·1996애틀랜타올림픽금메달리스트) 교수는 “(이)규원이의 업어치기는 보기에는 무리다 싶은데도 성공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현역시절, 예측불가의 업어치기를 앞세워 세계선수권 3연패(93·95·97)를 달성했다. 이규원 역시 기술이 들어가기 힘든 각도에서도 업어치기를 구사한다. 타고난 유연성과 탄력 덕분이다. 유도인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유능제강(柔能制剛·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능히 제압한다)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이다. 전 교수는 “훈련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신중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과감하게 기술을 구사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 용인대, 역시 한국유도의 산실

이규원의 세계정상 등극으로 용인대의 메달릴레이도 이어졌다. 29일까지 한국은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메달리스트들은 모두 용인대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 금메달리스트 왕기춘, 이규원, 동메달리스트 정정연(여자48kg급)은 학부 재학생. 동메달리스트 안정환(남자66kg급)과 김재범(남자81kg)은 대학원생이다. 용인대가 한국유도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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