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재림 예수'라 칭하는 전직 경찰관이 시베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지상 낙원 건설을 외치고 있어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수처럼 긴 머리와 턱수염, 미소를 머금은 온화한 얼굴을 한 이 남성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성스러운 손에 입을 맞추고 기뻐한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2000마일 이상 떨어진 시베리아의 작은 마을인 페트로파블로프카를 근거지로 삼고 활동 중이며, 5000명 이상의 지식인, 예술가, 교수가 그를 영적 스승으로 숭배하고 있다.
'비사리온 스승', '시베리아의 예수'라고 불리는 이 남성의 원래 이름은 세르게이 토로프(Sergei Torop·48)다.
교통경찰이던 그는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혼란스럽던 1991년, 야간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각성'을 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자신이 2000여 년 전에 죽은 예수가 재림한 존재임을 알게 됐으며 환경파괴와 전쟁 등의 위험을 인류에게 알리려고 신이 자신을 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기이한 행적을 흉내 내면서 신도를 모았다. 추종자들은 그가 2000년 전 처형된 나사렛 예수가 시베리아 광야에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그는 수천 명의 추앙을 받을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한 영국 언론은 "제정 러시아 말기 요승(妖僧) '라스푸틴'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말한다. 마을 곳곳에는 그와 관련된 기도용품이 팔리고 있고, 그의 사진 아래서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는 추종자들에게 인류의 멸망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새로운 약속의 땅에서의 구원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추종자들이 낸 헌금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폴란드 등지를 돌며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그와 추종자들은 채식을 하고 담배와 술, 돈을 버는 행위 등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지역 정부는 1990년대 일부 추종자들이 자살하거나 가혹한 생활 조건에서 의약품 부족으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진드기에 물려 라임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린이 예방접종이나 교육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한때 이 집단에 몸을 담았던 한 기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내 친구 중에도 재능 있는 사람들이 거기서 뭍에 떨어진 물고기 마냥 힘없이 갔다"며 "그는 봉건 영주고, 그의 추종자들은 농노(農奴)"라고 비판했다.
지역 정부는 문제의 집단 내에서 현재 채식주의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워낙 외진 곳에 살고 있어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