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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영균]해적판 ‘해운대’

입력 | 2009-09-01 02:52:00


올해 초 팔순 농부와 소의 30년 우정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워낭소리’는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새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개인 간 파일 공유(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 동영상 파일이 퍼져 제작자가 손실을 봤다. 제작사가 수사를 요청해 불법 유포자 39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디지털 콘텐츠가 한 번 새어나가면 무서운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저작권 보호에 필사적이다.

▷대부분 영화는 극장 상영을 끝내고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유출돼 웹 하드나 P2P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에 유통된다. 도둑 촬영한 동영상 파일을 확보한 사이트는 입회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웹 하드와 P2P 사이트가 생겼다 사라질 정도로 불법 유통이 성행한다. 불법 동영상을 매개로 하는 인터넷 지하경제가 상당한 규모로 형성돼 있다. 제작사들은 24시간 인터넷 공간을 감시하며 불법 유통을 막으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불법 동영상 유출이 한층 대담해져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까지 인터넷에 떠다닌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가 수사에 나선 영화 ‘해운대’는 지난달 22일 개봉돼 30일까지 1073만 명이나 관람했다.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극장 상영 중에 불법 파일이 유통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중국 미국 등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어 해외 피해를 더 우려한다. 해적판 ‘해운대’는 불법 복제물이기 때문에 다운로드 행위도 장물을 취득하는 것과 같아 누리꾼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음악이나 영상물의 경우 국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70∼90%가 불법 복제물이다. 연간 국내 저작권 침해 규모는 2조 원을 넘는다. 저작권법 위반 고소사건이 2006년 1만여 건에서 작년에는 7만8000여 건으로 폭증했다. 올 7월 23일부터 불법 복제물을 유통시킨 온라인 서비스제공자에게 정지를 명령할 수 있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면 문화 콘텐츠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돈, 시간, 창의력을 투자해 만든 콘텐츠가 도둑질당해 싼값에 길거리에서 팔리거나 공짜로 인터넷에 떠다닌다면 누가 창작과 제작을 하겠는가.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