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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장착 않고 출항했다 월선…北 경비정 보는 순간 아차”

입력 | 2009-09-02 02:58:00


연안호선장 조사서 밝혀

지난달 29일 북한에서 귀환한 ‘800연안호’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하지 않고 조업에 나섰다가 항로 착오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군, 경찰, 정보기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9∼31일 사흘간 연안호 선원 4명에 대해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진술을 받아냈다”고 1일 밝혔다.

선원들은 7월 30일 북한 경비정에 예인돼 장전항에 도착한 뒤 이틀간 선박에 억류됐다가 지난달 1일 원산 인근 휴양소에 격리 수용돼 월선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북한 측은 남한 당국으로부터 을지훈련에 대비한 정찰 임무 등을 부여받고 고의 월선한 혐의를 시인하도록 강요한 데 이어 영해 불법침입죄로 인민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원들은 고의 월선과 정탐 부분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으나 월선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고 자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은 지난달 19일까지 매일 30분∼1시간 조사를 받았고 사실상 조사가 종결된 뒤에도 북한 측은 송환 시기를 저울질하며 계속 억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욕설, 구타 등 가혹행위는 없었고 하루 세 끼 식사와 간식이 제공됐다고 선원들은 진술했다.

선원들은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속초항에 정박 중이던 연안호를 타고 이날 오후 1시경 강원 고성군 거진항에 도착해 가족과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귀가했다. 가족 품에 안긴 박광선 선장은 “GPS가 고장 나 나침반만 믿고 조업에 나섰는데 북한 경비정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이후 해경에 소환돼 수산업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받게 된다. GPS 장착은 의무사항은 아니다.

연안호는 7월 29일 오후 1시경 거진항을 출항해 동쪽으로 69마일(111km) 떨어진 해상에서 밤새워 조업을 한 후 30일 새벽 귀항 도중 항로를 이탈해 오전 6시 반경 거진항 동북방 35.4km(NLL 북방 12.8km)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에 예인됐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