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정치’ 논란 오자와에
‘실세’ 黨간사장직 줄지 관심
16일 국회소집-총리 선출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정권이 16일 출범한다. 민주당과 자민당, 공명당은 1일 총리 선출을 위한 중·참의원 합동 특별국회를 16일 소집해 제93대 총리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인물로는 60명째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인사는 당 대표의 전권사항으로 당내에 이론이 없다. 나 혼자 결정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차기 정권의 내각 및 당 인사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민주당이 관방장관, 당 간사장 등 차기 정권의 핵심 인사를 내정하지 못하고 정권인수팀 구성도 늦어진 것은 당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 처우 문제 때문이다. 당내에 120∼150명의 최대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오자와 대표대행을 당초 계획대로 당 간사장에 기용할 경우 당이 완전히 그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간사장은 당 조직과 자금줄을 쥐고 당 운영 및 선거대책을 담당하는 핵심 포스트다. 벌써부터 일본 언론에선 그를 두고 ‘상왕’ ‘이중권력’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로서도 그는 뜨거운 감자다.
오자와 대표대행과 거리를 두고 있는 소장파를 중심으로 ‘꿍꿍이속’이 없고 원칙주의자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을 유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카다 간사장이 내정될 것으로 알려져 온 외상 자리도 비게 되면서 연쇄적으로 당직 및 차기 내각 인사를 못하게 됐다. 정권인수팀 구성과 관련해서도 당 간부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당에 남아 내년 참의원선거를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거취에 일본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막후정치’에 능한 이력 때문이다. 1989년 47세의 젊은 나이에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에 올라 일본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그는 1993년 자민당을 탈당한 이후 창당과 합당, 분당을 주도하면서 정국의 한가운데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자민당보다 규모가 커진 ‘오자와그룹’의 존재가 향후 민주당 정권 불안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인사는 당 대표가 결정한다. 나는 대표의 의사에 따를 뿐이다”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그가 언제 본격적으로 움직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