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대표논객 ‘통일과 평화’ 논쟁
《보수 진영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교수)과 진보 진영의 백낙청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서울대 명예교수)이 2일 한반도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박 이사장과 백 편집인은 중도적 사회원로 모임을 표방한 화해상생마당이 2일 오전 9시 반부터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전환기에 선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새로운 모색’ 심포지엄에 나와 토론을 벌인다. 이들은 6·15공동선언과 북한 체제위기, 통일정책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 이사장의 발표문 ‘한반도 위기의 본질과 선진화포용 통일론’과 백 편집인의 ‘포용정책 2.0버전이 필요하다’를 미리 입수해 소개한다.》
박세일 선진화재단 이사장
“北위기를 통일로 연결해야… 6·15 국민동의 따져볼 필요”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
“급변사태→흡수통일 환상… 햇볕정책은 냉정히 반성”
①6·15선언은 헌법 위반 vs 기본합의서도 북한 체제 인정
박 이사장은 6·15선언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헌법 제4조를 위반했거나 불일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헌법에 근거한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1989년)과 북한의 대남적화통일론인 고려연방제가 큰 차이가 없다는 합의를 어떤 과정과 근거로 6·15선언에 담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6·15선언이 국회의 동의나, 국민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선언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고 헌법 일탈이 없었는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 편집인은 “6·15선언이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수용했다거나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빗나간 비판”이라며 “2008년 이래 남북관계 악화의 직접적 계기는 남한의 새 정권이 6·15와 10·4 정상 합의를 외면 내지 폄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북측 체제를 인정한 점은 현 정부가 정통성을 인정하는 남북기본합의서(1991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을) 현실적 존재이자 평화통일의 협상 대상으로 인정한 것을 헌법 위반이라 볼 수 없다”며 “6·15선언은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지지 결의를 받았고 2000년 유엔 총회도 만장일치로 지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②북한의 체제위기를 통일로 vs 급변사태로 통일 달성은 비현실적
박 이사장은 현재 북한의 체제 위기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제 분단 관리보다 북한 체제 위기를 ‘통일 한반도라는 신질서 창출’로 연결하는 적극적 통일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김정일 이후 북한 체제가 혼란을 겪더라도 북한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중국 등에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 편집인은 “(북한 체제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 자체는 설득력이 있지만 북한의 ‘급변사태’나 위기심화를 기다려 남한 주도의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을 중국, 베트남식의 개혁·개방으로 이끌 것이라는 진보 진영 일각의 생각도 안이한 낙관론”이라고 지적했다.
③북한의 정상국가·근대국가화 vs 포용정책의 비판적 업그레이드
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면 안 된다며 흡수통일론을 포함해 통일논의 자체를 거론하지 못하게 하고 통일의 가치나 이익은 논의하지 않은 채 통일 비용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만 과장해 선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을 포기하게 해 북한을 정상국가화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근대국가화한 뒤 남북을 모두 선진화시키는 통일대강(統一大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 편집인은 “햇볕정책이나 평화·번영정책으로 단순 회귀하는 것은 답이 되지 못하며 획기적으로 업데이트 된 ‘포용정책 2.0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의) 근본 문제에 대한 천착이 부족하고 교류와 협력, 지원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해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지 못한 점이 (기존 포용정책에 대한) 본질적인 비판으로 제기될 수 있다”며 “포용정책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