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근로자 - 연안호 석방 대가說 솔솔
경기도 “10억 들여 순수한 인도적 지원”
경기도가 북한에 10억 원어치의 옥수수 2500t을 보내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기도는 단순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의 석방과 시기가 묘하게 겹치면서 유 씨 석방에 대한 대가로 건네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가 직접 지원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기도 등이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1일 북한 주민의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옥수수를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옥수수는 중국에서 알갱이 형태로 구입해 다롄(大連) 항을 통해 북한에 보낼 예정이라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2, 3일 전에 준비가 끝났지만 북한 사정 때문에 선적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는 것. 이번 옥수수 지원은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측이 주관하고 있다.
우리민족돕기운동측 “北서 5월에 지원 요청”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지원은 올 7월 말경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식량 지원을 하려는데 경기도가 나서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협력기금을 운용하는 경기도는 현재 100억 원가량을 적립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경기도는 수년 전부터 평양과 개성에서 벼농사 시범농장을 운영하고 농기계나 비료 등을 지원해 왔기 때문에 이번 역시 순수한 차원에서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옥수수 지원과 유 씨 석방 시기가 비슷한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의 대북 옥수수 지원은 유 씨 석방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대북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치적 배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북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경색된 국면을 풀기 위해 의견 접근이 이뤄진 이후 유 씨 석방과 연안호 송환 등이 약속됐고, 이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경기도의 옥수수 지원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은 “올 5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측이 식량 지원을 요구했고, 마침 경기도에 지난해 사용하려던 기금이 있어 옥수수 지원이 성사된 것”이라며 ‘정치적 배경설’을 부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민간 차원의 통상적인 대북 인도적 물자 지원으로 알고 있다”며 “민간단체가 지원하고 경기도가 개별 후원자의 하나로 돈을 낸 경우여서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