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박물관에 3년생 두 쌍 들여와 種복원 추진
郡, 반딧불이-산나물 등 자연활용 마케팅 활발
며칠 전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 있는 영양산촌박물관에 3년생 여우 두 쌍이 들어왔다. 긴 꼬리를 포함해 길이 1.2m가량인 붉은여우는 현재 박물관 옆 연못가 우리 안에서 지내고 있다. 사람을 많이 경계하고 예민한 여우의 특성을 고려해 서식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들 여우는 북한산으로 서울대 수의과대 측이 구해 영양으로 오게 됐다. 서울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여우를 서식조건이 좋은 영양에 보내 종(種)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 창녕군의 조류(따오기) 복원사업과는 달리 포유동물의 종 복원이 추진되기는 영양이 국내 처음이다. 여우는 잡식성이라 생고기 등 여러 가지를 먹지만 포도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군도 여우의 ‘첫 출산’에 대비해 비타민 공급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은 여우를 구경할 수 있지만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먹이를 주는 직원 외에는 볼 수가 없다. 이 기간에 교배를 하면 내년 4, 5월에 두 쌍이 모두 10여 마리의 새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영양군이 청정한 환경을 활용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발전전략을 꾀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가 여우 증식을 위한 최적의 환경으로 영양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양군 권명달 산림보호담당관(41)은 1일 “나비 때문에 전남 함평이 얼마나 유명해졌느냐”며 “지금은 여우 네 마리이지만 장기적으로 포유류 종 복원센터 같은 국가 시설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식물에 대한 영양군의 관심은 각별하다. 전국적으로 개체수가 줄고 있는 고라니도 영양지역에는 여전히 흔해 농작물에 적잖은 피해를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영양군은 올해 초 고라니 300여 마리를 잡았다. 이 가운데 생포한 두 마리를 부산 사하구에 기증했다. 고라니 덕분에 사하구와 영양군은 ‘친구’가 됐다.
반딧불이(개똥벌레)는 ‘깨끗한 영양’의 상징이다. 영양군은 10여 년 전부터 반딧불이생태학교를 개설해 반딧불이를 보호하는 한편 연간 5000∼1만 마리를 부화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매년 봄 일월산(1219m)에서 열리는 산나물축제에는 전국에서 관광버스 500여 대가 몰린다.
영양군이 4∼6일 서울광장에서 지역 특산물인 고추를 알리고 판매하기 위해 여는 ‘H.O.T 페스티벌’도 청정자연이 안겨준 혜택 덕분이다. H.O.T는 ‘건강’과 ‘원조’, ‘맛’을 뜻하는 영어의 첫 글자를 딴 것. 올해는 ‘영양고추, 세계의 향신료화’를 슬로건으로 열린다. 지난해 행사 때는 10만여 명이 찾았고 8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권영택 군수는 “인구는 적지만 ‘자연 그대로’라는 지역특성을 살리면 영양이 전국적으로 잘사는 고장이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