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클럽으로 美 LPGA 첫 우승.
아마시절 손에 익은 엘로드 클럽 고수 - 샤프트도 필 미켈슨 등 애용하는 국산 - 실력도 장비도 ‘메이드 인 코리아’ 승리
아마시절 손에 익은 엘로드 클럽 고수 - 샤프트도 필 미켈슨 등 애용하는 국산 - 실력도 장비도 ‘메이드 인 코리아’ 승리
미 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에 통산 80승을 안긴 허미정(20·코오롱)의 후일담 가운데 재미있는 이야기꺼리 하나가 있다.
국산 클럽을 사용해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첫 번째 선수라는 사실이다.
허미정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 주 노스플레인스 펌킨리지 골프장에서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를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때 허미정이 사용한 클럽은 코오롱 엘로드에서 제작한 국산 제품이다.
중학교 때부터 엘로드 클럽을 사용하고 있는 허미정은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고교시절과,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도 줄곧 이 클럽을 쓰고 있다.
그가 쓰고 있는 드라이버는 코오롱 엘로드에서 출시한 GX460a 모델이다. 아이언은 GX3000N 제품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면 클럽을 교체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건너가도 유명 회사의 클럽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을 교체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현지에서 쉽게 피팅 받을 수 있고,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어서다.
국산 골프클럽 제조사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처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못 갖추고 있어 선수들의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미정이 몇 년째 엘로드 클럽만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중학교 시절부터 사용하면서 클럽에 완전히 적응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엘로드 박성철 차장은 “허미정 선수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연 2∼3회 정도 국내에 들어온다. 귀국하면 그때마다 클럽을 점검받는다. 간혹 급하게 클럽이 필요한 경우에는 원하는 스펙을 요청하면 그대로 제작해 미국 현지로 보내준다”고 말했다. 국산을 사용해도 크게 불편한 건 없다고 했다. 박희영도 같은 제품을 쓰고 있다. 프로선수들의 경우 클럽의 스펙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만 갖고 있으면 제작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허미정은 샤프트도 국산 제품을 쓴다. 오렌지 샤프트로 유명한 매트릭스골프의 오직(Ozik) XCON5 모델이다. 지난 주 K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보미(21·하이마트)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제품이다.
국산이면서 해외에서 더 유명한 매트릭스골프의 오직 샤프트는 이미 많은 선수들이 사용해 화제가 되고 있다. US오픈 우승자 루카스 글로버와 필 미켈슨 등도 오직 샤프트의 XCON7 제품을 쓰고 있다.
허미정의 우승 뒤에는 이처럼 ‘메이드 인 코리아’의 힘이 작용했다.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화보]미의 여신으로 변신한 LPGA 샛별 오지영
[화보]LPGA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 낭자들의 모습
[관련기사]허미정 ‘찬란한 뒷심’…생애 첫 우승
[관련기사]‘리틀 세리’ 허미정은? 아태 아마대회 우승 거머쥔 ‘국제용 골퍼’
[관련기사]‘새내기’ 허미정, 연장 끝에 생애 첫 LPGA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