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일 올 하반기(7~12월)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당초 3400명에서 1000명 늘어난 4400명으로 확정했다. LG그룹도 지난해 하반기 1900명보다 300명 늘어난 2200명가량을 뽑기로 하고, 조만간 정확한 채용 규모를 발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국내 15대 그룹(작년 매출액 기준, 공기업 제외)의 채용규모는 1만5800명 선이 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치기 직전인 지난해 하반기 채용규모(약 1만4800명)보다 6.75%가량 늘어난 수치다. 삼성, LG의 채용 확대가 다른 기업의 고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1000명, LG 300명 더 뽑는다
이날 발표로 삼성그룹의 올해 연간 신규채용 규모는 6500명으로 늘어났다. 작년 수준(7500명)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하반기만 놓고 보면 작년(4000명)보다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 이 같은 채용 확대는 올 2분기(4~6월)에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카드 등 계열 상장사가 흑자를 올리는 등 빠르게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인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당초 실적이 좋아지면 하반기에 채용을 늘릴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또 올 하반기부터는 졸업예정자와 직전 학기 졸업자에 한해서만 공채 지원을 받던 규정도 없애기로 했다.
다만 입사 지원자들의 과다한 반복지원을 막기 위해 한 계열사당 지원 횟수를 3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삼성은 신규 채용 합격자를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올해 TV, 휴대전화 등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낸 LG전자가 채용을 크게 늘렸다. 작년보다 40% 가량 늘어난 1000명을 하반기에 뽑기로 했다. LG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경영계획을 취합해 채용규모를 집계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확한 채용 규모를 확정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지 관심
삼성과 LG의 고용 확대 움직임이 다른 대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현재까지 다른 대기업들은 지난해와 같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채용규모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10대그룹 가운데 △현대기아차(2500명) △포스코(1350명) △금호아시아나(1100명) △SK(700~800명) △GS(300명) 등은 작년 하반기와 같은 채용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내년 경기회복에 대비해 채용 규모를 소폭 늘린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STX그룹과 두산그룹은 작년보다 각각 250명, 50명이 늘어난 1000명과 500명의 신입사원을 하반기에 뽑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00명이 늘어난 900명 가량을 채용할 예정이다. KT도 융합형 서비스 도입에 따른 인력 증가로 당초 계획보다 50명이 늘어난 200명을 뽑기로 확정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5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9.2%의 기업만이 올 하반기 신규채용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올 하반기 고용심리가 상반기에 비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고용회복은 내년 이후나 돼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