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왜 쟤는 안 물고 나만 물지?"
여름이면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유독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
사람이 숨을 내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운동할 때 분비되는 젖산의 독특한 냄새가 모기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군인 등 공동생활을 하는 이들 중에서도 같은 음식을 먹고 잘 씻지만 모기에 잘 물려 "피가 달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사람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다시 말해 성격이 느긋하고 편안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다면 스트레스가 많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영국 로덤스테드 연구소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냄새가 모기의 후각을 자극해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평소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 잘 물리지 않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2시간 동안 인체 크기와 같은 금속박 재질의 가방에 넣어 체취를 담았다. 이 체취에 담긴 화학물질을 분류한 결과 두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 사이에 7~8종류의 화학물질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물질을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의 손에 바른 뒤 모기와 접촉시키고 후각 측정기를 통해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모기는 이 가운데 특정 화학물질을 바른 손에는 달려들지 않거나 아예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실험 참가자들의 한 쪽 팔에 이 화학물질을 바르고 다른 팔은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모기가 가득 담긴 상자에 들어가도록 했다. 그 결과 화학물질을 바르지 않은 팔이 훨씬 많이 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화학물질이 모기를 쫓는 효과를 낸다고 발표했다. '6-메틸-5-헵텐-2-1'이라는 물질과 제라닐아세톤이 그것이다. 피부 조직과 연관 있는 합성물질인 '6-메틸-5-헵텐-2-1'은 손톱을 지울 때 쓰는 아세톤 냄새가 연하게 나며 제라닐아세톤은 상쾌한 향기가 난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의 분비가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산화작용의 결과로 인체 내 특정 분자가 이 같은 화학물질로 전환돼 분비된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서 화를 잘 내거나 조급한 성격으로 평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일수록 모기를 쫓는 화학물질이 다량 생성돼 몸 밖으로 배출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모기가 이 같은 물질을 많이 분비하는 사람을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으로 인식해 꺼리게 된다고 밝혔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모기도 오랜 세월 진화를 거쳐 후각을 통해 이 같은 사람의 피를 질이 낮고 덜 건강한 먹이로 여기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화학기업과 협력해 인체 성분에서 추출한 모기 퇴치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자연적인 모기 퇴치제인 이 제품이 2~3년 내로 시판되면 부작용 우려가 있는 기존 화학성분 퇴치제보다 훨씬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