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지만, 지나치게 넓은 바다다. 검색 엔진을 수없이 사용해도 원하는 정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용자가 크게 늘면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는 물론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도 양질의 정보와 구분 없이 섞여 돌아다닌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바로 '소셜 웹'(Social Web)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논리적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던 과거의 인터넷 기술과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정보를 찾는 기술이다.
● 인터넷의 진화
지금까지 성공한 인터넷 기업들은 정보를 찾아내고 전달하는 기술이 뛰어난 회사들이었다. 정교한 수학 프로그램을 이용해 순식간에 정확한 검색 결과를 찾아내는 기술을 가진 미국의 구글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NHN 검색 포털 '네이버'검색 결과는 정보를 가장 잘 찾아내는 기술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검색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 가장 어울리는 광고를 검색 결과와 함께 게시하면서 높은 광고 수익을 올렸다. 이른바 '웹 2.0'이라 불리며 각광을 받았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들도 고민에 빠져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창에서 '요즘 재미있는 영화'를 치면 불특정 다수 네티즌이 '지식iN'이라는 코너에 답한 결과가 가장 먼저 검색된다. 이것은 영화사 마케팅팀이 네티즌을 가장해 답 한 것일 수도 있고, 질문한 사람과 취향이 전혀 다른 사람의 답일 수도 있다. 또 올해 인기영화가 아니라, 수년 전 결과도 한 화면에 표시된다. 네이버는 뛰어난 정보검색 기술을 갖고 있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원치 않는 정보가 검색되면 사용자들의 불만은 늘 것이고 당연히 광고 효과도 떨어진다.
● 나와 내 친구들이 관심 있는 정보만 골라
네이버는 검색 결과를 수학적, 통계적인 방식으로 찾아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정보와 많이 클릭하는 정보가 더 중요한 정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요즘 재미있는 영화'와 같은 정보를 얻으려면 다수의 의견보다는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친구 의견을 더 신뢰한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면서 출발하는 것이 소셜 웹의 원리다. 어떻게 하면 같은 취향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정보를 압축해서 올릴 것인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착안한 개념이 '관계'다.
한국에서 이런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은 SK커뮤니케이션즈다. 이 회사는 '싸이월드'와 '네이트온'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모두 사람 사이 '관계'에 기반한 서비스다. 싸이월드에 가입하면 '1촌'(나와 친한 사람)들을 설정하는데, 가입자가 약 2400만 명에 이른다. 네이트온은 '버디'라는 대화 상대를 정하는데, 여기 가입자도 2700만 명이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온 중복회원 2100만 명을 제외해도 약 3000만 명이 가입되어 있는 셈이니 전 국민의 인맥 정보가 저장돼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1촌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어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검색해 '요즘 재미있는 영화'라는 질문에 '1촌들이 재미있게 본 영화'를 찾아 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찾으면 영화사 마케팅팀이 끼어들 여지도 줄고,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면 정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
● 실시간의 관계망
소셜 웹의 가능성을 본 다른 인터넷 기업들도 최근 인수합병이나 신기술 개발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HN은 올해 초 '미투데이'라는 작은 벤처 기업을 인수했다. 미투데이는 150자 이내 짧은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로, 2007년 창업 이래 2년 동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한 회사다. 그러나 NHN은 인수비용으로 22억4000만 원을 썼다. 업계에서는 '실시간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한 NHN의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어제 먹고 싶어 했던 음식과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은 다르다. 이런 시차를 고려해 실시간 관심사에 따른 광고를 할 수 있다면 광고 효과는 배가된다. 실시간 관심사를 파악하는 데는 미투데이나 미국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가 제격이다. 사용자들이 150자 이내 짧은 문장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주고받으며 관심사를 나누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화내용이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 '신뢰'가 만드는 수익 모델
소셜 웹에서는 '신뢰'가 수익의 원천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에 '투멤'(오늘의 멤버, Today's Member)이라는 코너가 있다. 남녀 패션 스타일리스트를 소개하는 코너인데, 이곳에 소개된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패션 액세서리 등은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어디서 어떻게 옷이나 장신구를 샀는지 설명하므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향후 쇼핑몰 업체와 제휴해 싸이월드 인맥을 이용하도록 할 계획인데, 잘 아는 친구가 추천한 상품이라면 신뢰를 한다는 소비자들의 마인드를 파고든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이 같은 관계망 서비스의 '신뢰'를 제공하는 대가로 쇼핑몰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의 발전도 소셜 웹을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미 LG텔레콤과 함께 위치 기반 생활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 주변 맛집, 관광지, 주유소 등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서비스인데, 다음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라온 정보를 이용한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SK텔레콤과 함께 이런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싸이월드의 1촌과 네이트온의 버디가 SK텔레콤 휴대전화 속에서 서로 연결되면 친구들이 즐겨 찾는 커피숍, 좋아하는 서점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등장할 수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서비스기획실 안진혁 실장은 "소셜 웹의 경쟁력은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맺고 있는 실명과 친분에 기반한 끈끈한 인간관계"라며 "검색되지도, 검색될 수도 없는 이런 정보가 인터넷 서비스가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