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화면 너무 커 뒷사람도 쉽게 알아봐
개인정보 노출될까 불안
직장인 임모 씨(27)는 지난달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찾았다가 무인 자전거 대여소를 발견했습니다. 공원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깔려 있었고, 대여료가 2시간까지 무료라는 것을 확인한 임 씨는 자전거를 한번 타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자전거를 빌리려면 휴대전화 인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도난을 막기 위해 이 정도 절차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무심코 대여 버튼을 누른 순간 임 씨는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휴대전화 번호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해야 했던 것입니다. 마침 휴일이라 임 씨 뒤에는 서너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터치스크린 화면이 너무 크다 보니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뒷사람에게 쉽게 노출될 것 같았습니다. 임 씨는 “휴대전화 인증만으로도 실명 확인이 가능하고, 도난이 우려된다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면 될 텐데 굳이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녀 명의로 가입된 휴대전화를 쓰는 어르신들이나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를 쓰는 아이들은 대여에 곤란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관내에 무인 자전거 대여소 2곳을 운영하고 있는 송파구의 자전거 대여 시스템은 조금 다릅니다. 송파구에서는 홈페이지(bike.songpa.go.kr)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카드를 발급받아 대여소 단말기에 접촉하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는 회원가입을 할 때만 입력하면 됩니다. 가구당 카드 하나만 발급받아도 가족 전체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빌릴 때 개인정보가 유출될 염려는 거의 없는 셈이죠.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성동구 마장동 마장2교 부근에 설치한 청계천 무인 자전거 대여소도 ‘청계천 공공자전거’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만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인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이 꺼림칙한 사람들은 따로 회원가입을 한 뒤 이용하면 됩니다.
월드컵공원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는 마포구청 관계자는 “대여 시간이 두 시간을 넘으면 시간당 1000원씩 이용료를 받는데 휴대전화로 자동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라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 설치하는 무인 자전거 대여소는 회원카드만으로도 대여가 가능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정책을 기대해 봅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