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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질병은 푹 쉬라는 신호… ‘항생제 맹신’ 병 키운다

입력 | 2009-09-05 02:51:00


◇질병예찬/베르트 에가르트너 지음·홍이정 옮김/300쪽·1만5000원·수북

현대에 접어들면서 의학은 더욱 발달하고, 환경은 더욱 깨끗하게 변화했다. 그러나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인플루엔자 등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저자는 “때때로 질병에 걸려도 좋다”고 말하며 위생과 청결을 강조하는 건강산업이 오히려 우리의 면역체계를 더 약화시켰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의학에서는 보통 열이 날 때 체온이 38도 이상 올라가면 해열제를 투약한다. 그러나 “열은 병균을 약화시키고 면역체계를 단련하기 위한 이상적인 ‘작업환경’ 조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이 나면 쉬는 대신 해열제를 먹고 억지로 열을 낮춘 뒤 무리해서 활동에 나선다.

1980년대 독일의 한 연구팀은 동독과 서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알레르기에 관한 비교연구를 실시했다. 대기오염이 훨씬 심각하고 위생 상태가 나쁜 동독에서 알레르기 발생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학자들은 이를 동독의 유아원에서 여러 차례 감기에 걸리는 등 질병에 걸렸던 경험이 동독 쪽 어린이들의 면역력을 높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적당히 더러운 환경’이 오히려 질병예방에 도움을 줬다는 말이다.

저자는 예방주사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처음 홍역 예방주사가 등장했을 때 “간호만 잘하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전통적인 소아병을 굳이 예방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불신했다. 실제로 세대에 걸쳐 이뤄진 예방접종은 모유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지던 홍역 면역력을 약화시켰다. 심지어 일부 예방주사에는 자연스럽게 배출되지 않고 인체에 쌓이는 에틸수은이 들어 있어 자폐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본래 질병은 휴식이 필요할 때 몸이 보내는 신호이며, 따라서 질병은 몸의 평형을 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저자는 “위험탈피와 위생과 깨끗함에 대한 거의 히스테리적인 과대평가는 만성 질병, 즉 알레르기, 자가면역증 등과 같은 역경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고 있다”며 우리가 항생제와 해열제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자연스러운 면역체계를 불신하는 상황을 경계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