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으로 모십니다”‘탄산돼지가 신궁(神弓)이 됐네.’ 4일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자 리커브 예선 90m에서 세계신기록(342점)을 세운 오진혁(가운데)이 과녁을 확인한 뒤 돌아서자 캐나다 선수들이 신궁에 대한 예의를 갖추듯 무릎을 꿇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울산 세계양궁선수권
울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남자 국가대표팀의 맏형 오진혁(28·농수산홈쇼핑)의 별명은 ‘탄산돼지’다. 통통한 체격에 탄산음료를 워낙 좋아해 얻은 별명이다.
넉넉하고 사람 좋은 인상이지만 오진혁의 양궁 인생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특히 나가기만 하면 금메달이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1999년 대표팀에 뽑혔던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 후 2년 남짓 방황했다.
8년 만인 2007년 다시 대표로 선발됐지만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지난해에는 또다시 대표에서 제외됐다. 연차로 보면 베테랑이지만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 경력은 후배 선수들에게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런 오진혁이 마침내 일을 냈다. 그는 대회 4일째인 4일 리커브 예선전에서 90m와 4개 거리(30, 50, 70, 90m) 합산 총점에서 한꺼번에 2개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오전에 열린 90m 경기에서 그는 342점을 쏴 장용호가 2003년 뉴욕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337점을 가볍게 넘었다. 4개 거리별 합산에서도 1386점을 기록해 오교문이 2000년 원주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세운 1379점을 경신했다.
오진혁은 이창환(두산중공업·1371점), 임동현(청주시청·1365점)과 함께 단체전에서도 4122점을 기록해 세계신기록을 추가했다. 이는 2003년 한국 대표팀이 기록한 4074점을 48점이나 경신한 것이다. 오진혁은 “대표팀에서 탈락할 때마다 (대표팀이 있는) 태릉선수촌에 가서 다시 한 번만 활을 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끝날 때까지 더욱 집중하겠다. 너무 이 기분에 젖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